‘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염순영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태주 시인의 대표시 ‘풀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손톱보다 훨씬 작지만 앙증맞은 모습이 돋보이는 풀꽃의 향연이 화폭 위에 펼쳐진다.

지난 10일 찾은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형형색색 제각각의 표정을 담고 있는 화사한 풀꽃 그림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맑은 물성의 수채화 특유 매력이 물씬 담긴 작가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편안한 감성을 드러낸다.

“흔히 야외 스케치 갈 때 수채화 물감을 들고 가잖아요.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한 재료인데도 가벼운 느낌이라며 그리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덧칠하는 과정에서나 원하는 색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다른 재료들만큼 섬세한 노력이 필요해요.”

풀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 보성에서부터 시작됐다.

“화원에 예쁘게 장식돼 진열된 꽃보다 들판에 흩뿌려지듯 피어난 야생화에 더 눈길이 갔어요. 과수원을 하던 제 고향 집 영향도 있겠죠. 학교를 마치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이름 모를 풀꽃을 하나씩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느꼈어요.”

초창기 작가의 풀꽃 작업은 마치 확대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커다란 꽃송이가 돋보이는 형태였다. 그의 풀꽃은 점점 군락지를 이룬 듯 흐드러지게 핀 들판 풍경으로 변모했다.

‘꽃, 밥에 피다’,

‘풀꽃도 꽃이다’

‘풀꽃도 꽃이다’

‘풀꽃도 꽃이다’

‘풀꽃도 꽃이다’

“처음엔 풀꽃의 모양새나 색깔에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화면 전체에 크게 한두 송이만 담아내는 등 꽃을 확대해서 그렸는데요. 요즘 들어선 반대로 들녘에 핀 자잘한 풀꽃 세상을 펼쳐내고 있어요. 굳이 크게 그리지 않아도 가까이 와서 이를 들여다볼 때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요.”

조팝꽃, 민들레, 봄까치꽃, 물봉선화….

이름과 생김새 모두 다양한 꽃들의 이야기가 한 움큼 색 덩어리를 이루며 캔버스에 펼쳐진다.

작품 중 미세한 꽃장식으로 뒤덮인 동전 주머니에서 피어난 들꽃 그림이 눈길을 끈다.

“우리는 동전을 아주 작고 사소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이런 동전을 넣는 주머니에 들꽃을 함께 담아보자 생각했어요. 의미가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주머니에 담긴 들꽃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푸른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꽃밭 사이사이로 가족을 상징하는 나비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친정 어머니에게 밥 한끼 차려 드리고픈 마음을 담은 밥에 핀 꽃 그림도 따스함을 전해준다.

작은 풀꽃 속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그림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들풀이나 풀꽃을 오래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랑스러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눈을 맞출수록 더욱 생생해지는 풀꽃에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 마음이 가는 이유인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잊을 때가 있잖아요. 작지만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 짓게 하는 풀꽃의 모습을 통해 삶의 조그마한 위안을 얻기를 바라요. 바쁜 일상 속 복잡한 생각을 내려두고 그림을 바라보며 ‘참 곱다’, ‘예쁘다’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