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돼지’라는 소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낯선 건 사실이에요. 예로부터 복을 가져다준다는 ‘돼지’ 그림을 통해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어요.”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돼지’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이어온 이다애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작가가 ‘돼지’에 천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 돼지띠도 아니고, 집에서 돼지를 키우지도 않아서 학교 다닐 적 교수님이 말리시기도 했는데요.(웃음) 그럼에도 나만의 특별한 돼지 그림을 그려야겠다 결심했죠. 저에게 ‘돼지’는 행복, 풍요와 같이 상서로운 이미지였거든요. 시골 할머니집에 가면 돼지를 볼 수 있어서 그때 사진도 많이 찍고,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어요.”

작가의 초기 작업은 의인화된 돼지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자하는 것이었다. 현대사회의 소비, 욕망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것들이 가진 모순을 드러냈다.

2012년을 기점으로 작가의 돼지 그림은 한층 홀가분해졌다. 인간의 욕심에 대한 풍자에서 벗어나 순수한 돼지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 것.

“제가 맨 처음 돼지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처럼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사람같이 행동하는 돼지 모습을 통해 가족과 친구를 나타내기도 했고요. 생일파티도 하고 휴가도 즐기는 다양한 돼지가 등장했어요. 기다랗게 생긴 돼지 눈을 참고해서 익살스럽게 웃는 모습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죠.”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돼지는 점차 복을 기원하는 다른 소재와 융합되며 작가의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복주머니, 금은보화가 가득 담긴 화분에서 모란꽃이 풍성하게 피어올라 있다. 꽃잎 사이사이에는 저마다 행복한 미소를 띤 다양한 색의 돼지들이 보인다.

그림 위로부터 ‘lucky blossom’, ‘아름다운 밤이야’, ‘풍요로운 돼지’, ‘family♥’

“풍요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재를 함께 담아냈어요. 돈이 든 복주머니에 풀이 자라나는 모습이나 물병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그림을 통해 풍요를 나타내기도 했죠.”

작가의 그림에는 점차 십장생도 등 복을 기원하는 민화적 요소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작업하면서 민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도서관에서 민화책을 빌려 보면서 각 사물이 갖는 상징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돼지와 함께 복숭아나 석류, 달항아리, 모란꽃 등 좋은 의미를 지닌 소재를 시기마다 집중적으로 그려냈던 것 같아요.”

올해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품은 캔버스를 한가득 채운 화려한 기존작들에서 조금 덜어낸, 담백한 느낌의 그림이다.

“온갖 요소로 가득한 돼지 그림이 좋다는 분들도 있고, 돼지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그림을 선호하는 분도 있어요. 풍성한 느낌의 기존 작품과 병행하면서 여백의 미를 살린 작품도 해보려 하는데요. 평소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다 보니 파스텔톤으로 색감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거나 검고 두꺼운 윤곽선에서 벗어난 그림을 시도해보고 싶기도 해요.”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돼지를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는 작가는 앞으로도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다양한 복돼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유하고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 제 복돼지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함으로 전달됐으면 해요. 알록달록 꽃과 어우러진 돼지를 통해 그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시길 바라요.”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