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출장을 이유로 항공권을 조작하고 주류, 도박 물품 등을 부정 구입한 것은 물론, 직원 여비까지 대납하는 등 광주·전남 지방의회의 부정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역·기초의회 모두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방의원들 사이에 외유 목적의 출장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항공권 조작 및 과다 지급, 여비 허위 청구 등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권익위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3년 간 지방의회가 주관한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했다.

광주시의회는 8건의 출장 중 2건에서 항공권을 실제 경비보다 300만원 가량 과다 지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동일한 부정행위로 광산구의회가 3건 중 3건 1천만원, 동구의회 3건 중 2건 400여만원, 서구의회 2건 중 2건 1천6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

또한 서구의회에서 국외출장 중 직원 여비 40만원을 대납한 사실도 확인됐다.

동구의회는 체재비 280만원을 초과 지급한 사례 1건이 적발됐다.

전남도의회 역시 최근 3년간 실시한 15건의 국외출장 중 10건에서 항공권을 조작해 경비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과다 지급된 경비는 1억3천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도의회는 예산으로 주류와 간식을 구입하고 화투 등 도박 물품까지 구매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도의회의 경우 직원 여비 대납 사례는 없었으나 4건의 출장에서 360만원의 체재비를 초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시·군의회에서도 항공권 위변조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전남 시·군의회는 47건의 국외출장 중 26건 2억2천300만원이 항공권 조작 행위로 과다 지급됐다.

또 직원비용 대납 6건 1천100만원, 체재비 초과 지급 18건 2천640만원, 셀프 심사 7건 등의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이처럼 지방의회 국외출장이 위법하고 부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지방의회 심사위는 일정의 외유성 등을 지적하면서도 출장 자체는 의결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의원은 동료 의원과의 관계, 향후 자기 출장을 고려하게 되므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방의회 국외출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위법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허위 비용 청구 등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국외출장 추진 시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해왔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실제 비용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행사에 속은 것이지 일부러 편법을 쓴 것은 아니다. 추후 권익위 수사 결과를 검토해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