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올해 2월부터 산하 29개 공공기관을 돌며 ‘강기정 시장 현장 방문 간담회’를 진행하는 도중에 질문을 제한했다. 관치시대 후진 행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광주시가 총괄 부서인 전략추진단장을 문책성 인사로 교체했지만 비판 여론이 누그러들지 의문이다.

간담회는 강 시장과 직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혁신 등을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으나 이른바 ‘주의사항’이 전달되면서 본질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말았다. 광주시는 앞서 2곳에서 마무리된 행사에서 나온 발언과 분위기 등을 고려해 ‘지침’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연고 프로축구단 광주FC, 무등산, 육아 관련 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로 적시했고, 증원과 보수, 청사 이전 등 건의 사항은 일정이 끝난 뒤 별도로 취합해 보고한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강 시장이 답변하기 어려운 ‘사전 검토 안 된 내용’도 포함됐다. 듣고 싶은 단소리만 하라는 식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목적의 간담회에서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꼴이었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하는데 강 시장이 불편해 할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사전에 막았다. 현재 화두인 초저출산 현상과 관련한 육아 문제, 광주의 어머니산인 무등산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했다. 명백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하겠다.

시민단체는 후진 행정이자 자치와 분권, 소통을 핵심 가치로 하는 지방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퇴행이라고 규정했다. 일방적 주의사항 전달이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 국정 운영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성토했다. 광주시는 담당 직원들끼리 내부적으로 나눈 대화 수준이라고 했지만 기관 입장에서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쓴소리를 막는 시장을 공직자들은 믿고 따르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게 뻔하다.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닫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귀를 기울이고 고민해야 한다. 광주시 공공기관 간담회를 둘러싼 통제 논란이 지역사회에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