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대불국가산단은 조성 당시 자동차·기계 중심의 일반산단이었지만 대형선박 블록이나 철 구조물 등 조선해양 기자재기업이 대거 입주하면서 전선 지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블록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전신주를 만나면 전선을 절단하거나 먼 거리를 우회해야 하는 등 불편과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 블록 차량이 변전기와 충돌해 산단에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전국 이슈가 되면서 전봇대 일부가 제거되기도 했으나 전남도의 열악한 지방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속도를 내지 못했었다. 국비가 지원되는 공모에 사활을 건 이유다. ‘규제의 상징’으로 지적받아온 전봇대가 추가로 뽑히게 됐다.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 그린뉴딜 전선 지중화사업 공모에서 대불산단 2단계가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포함된 곳은 13개 구간 1.675㎞로, 사업비는 65억원이다. 지난해까지 합하면 총 20개 구간, 4.266㎞에 178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대불산업단지는 넓은 공장 면적과 산단 내 8차선 도로, 인접한 대불항, 많은 숙련 인력 등 블록 생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형선박 메가 블록 등 제조·운송 불편이 획기적으로 해소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등 조선산업 다각화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남도는 전선 지중화 외에도 자동화·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와 영암군, 경영자협의회가 전담팀(T/F)을 구성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다. 2025년 사업이 마지막인 전선 지중화 공모의 지속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는데,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대불산단은 국내 유일 중소형 선박 블록, 기자재 생산 핵심기지다. 기업 입장에서도 앓던 이가 빠지는 일이다. 조선업 호황의 기회 요인을 극대화해야 하겠다. 전봇대가 모두 사라질 수 있도록 전남도가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