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출발점이 되고 싶습니다.”

작은 양조장을 운영하던 두 청년이 지역 활성화의 구원 투수인 로컬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나주에 있는 국내 최초 페리(Perry) 양조장 ㈜페어리플레이의 이송미(35·여), 이다영(35·여) 대표가 그 주인공. 페리는 배를 발효해 만든 과실주로 국내에서는 생소한 주(酒)종이지만 나주의 특산품인 배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이들 대표는 코로나19팬데믹으로 생업에 제약이 생기자 평소 즐기던 술을 소재로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한국가양주연구소 등 교육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양조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던 중 우연히 서울시의 지역 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지원하게 됐다.

이들 대표는 지원사업 과정 중 나주의 지역 자원인 배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주에서 근무하던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2022년 1월, 시제품 ‘이제’를 출시했다. 그해 넥스트로컬의 최우수 팀으로 선정된 이들은 서울 성수동에 첫 사업장을 냈다.

이송미 대표가 나주배를 선택한 이유는 ‘친숙함’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나주에서 배를 따고 즙을 짜던 어릴 적 경험과 배 술을 만들던 사업소가 안타깝게 문을 닫은 역사는 그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페어리플레이의 대표 제품인 ‘이제’는 나주에서 생산되는 황금배, 추황배, 신고배 3가지 품종을 혼합하고 발효해 만든다. 배가 가진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3단계의 여과 과정을 거쳐 맑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들 대표는 전공을 살려 제품 라벨, 패키지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SNS 마케팅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페어리플레이의 제품은 출시 이후부터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해 현재는 전국 130여 곳에 납품하는 등 주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업이 오늘날처럼 안정세를 이루기까지 어려운 과정들이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수요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과 두 대표가 감당해야 할 엄청난 업무들이었다.

모든 제품을 수제로 생산했던 첫 사업장에서는 배 5t을 가정용 착즙기로 하나하나 갈아 한 달에 1천 병 정도만 생산 할 수 있었다. 이들 대표가 모든 것을 운영해야 했기에 생산에만 집중할 수도 없어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3년 초 나주시에서 청년 사업 간담회에 참가해 달라는 반가운 연락이 왔다. 간담회 이후 지역색을 살려 양조장을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한 이들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에 도전하면서 주식회사로 법인 전환도 마쳤다.

약 1년여간의 준비 끝에 올해 5월, 나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현재 사용 중인 건물은 과거 주민센터로 쓰이던 공간으로, 한 달에 약 5천600병을 생산 할 수 있는 제조 시스템을 갖췄다.

본사를 이전한 이후로는 겹경사를 맞았다.

올해 8월 전라남도가 주최한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기타주류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 기념품 부문 특별상을 수상해 한국관광명품으로 인증받았다.

이송미 대표는 “내년 1월에는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해 지역 특산주로 승인을 받게 될 예정”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입점과 B2C(Business to Consumer) 거래로 판로를 확대해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페리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들 대표의 목표는 페어리플레이가 양조장을 넘어 나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허브(Hub)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송미 대표는 나주 읍성을 중심으로 한 글로컬 상권창출 사업도 계획 중이다.

그는 “읍성 주변이 잘 가꾸어진다면 지역 사회와 상생하면서도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성수동 사업장에서 ‘양조 연합’을 구성해 축제를 기획하는 등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벌였다. 이곳에도 뜻이 맞는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어 다양한 실험을 해볼 기회들이 조만간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성수동 사업장에서 청년들과 ‘양조 연합’을 구성해 축제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넥스트로컬, 제품개발고도화지원사업,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 등이 큰 성장동력이 됐다”며 “필요한 지원사업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지원사업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좀 더 넓은 안목과 시야를 가지고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