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보는 도시 풍경은 낮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느낌과는 사뭇 달라요.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속 화려한 불빛의 향연은 저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아요. 빛 그리고 어둠의 대비는 마치 세상 속 수많은 생명체를 담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반짝이는 도시 풍경과 바로 위 깜깜한 심연의 하늘은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처럼 보이기도 해요. 도시가 품은 수많은 사람과 사물, 이들의 색채를 조화롭게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야경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전동민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도심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구도의 그림에는 드넓은 도시 야경이 가득 담겼다. 네온사인과 조명 불빛 아래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의 모습에선 대도시 특유의 활발한 분위기가 읽힌다.

작가의 작업은 열상카메라로 감지된 사람과 사물의 온도를 작품으로 옮겨내는 일에서 출발한다. 육안으로 결코 볼 수 없는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

열을 활용해 기록한 도시 야경은 작가만의 회화적 언어로 발현됐다. 이렇게 시작된 작업은 점차 이미지를 변주하고 왜곡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풍경화 그중에서도 도시 야경을 그려내기에 채도 높은 강렬한 색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처음엔 일반 물감만 사용하다가 그 위에 형광 도료를 얹어 생동감 넘치는 야경을 만들어냈어요. 서울 전시에선 환한 불빛 아래의 그림, 전시장 불을 끄면 보이는 형광빛 야경 작품 이 두 가지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죠. 실제 어두운 밤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부터 수묵담채화를 즐겨 그리며 종이에 먹이 스며드는 과정에 흠뻑 빠져들곤 했다는 작가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본격적인 한국화 작업에 들어섰다.

오랜 시간 다뤄온 수묵은 익숙했으나 채색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인고의 노력 끝에 작가는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수간채색 기법을 체득했다.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화면을 구성하기에 다소 경직된 느낌이 들던 그의 회화는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깊이감이 더해졌다.

도시 야경 작업의 토대를 이룬 건 8년간의 서울 생활이었다. 서울문화재단 지원으로 작업실을 제공받아 작가활동을 이어나갔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이따금 외로움을 안겨줬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기에 소통의 어려움도 단연 있었을 터였다. 그럴 때마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본 서울의 야경은 그에게 위안이 됐다.

‘서울 야경’

‘롯데타워 그리고 보름달’

건강상의 이유로 광주에 내려와 직장생활과 그림 작업을 병행해오고 있는 작가는 최근엔 ‘광주 야경’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형형 색깔 빛을 뿜어내는 서울의 야경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어요. 형광 물감을 사용하지 않지만 광주만이 갖는 빛과 내면의 감정에 더욱 집중하려 했어요. 일상 속 도시 고유의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작업이요. 기쁠 때와 슬플 때의 온도 차가 다르듯 그림 속 피사체도 동일해요. 그렇게 완성된 화면 속 색채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희망과 위안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광주 전경’

‘색 그리고 광주’

‘군중’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