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학교를 방문하면 역시 그 나라의 교육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이나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축제현장이다. 핫 플레이스에 모여드는 사람들,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수많은 가게들, 볼거리, 먹거리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다. 그렇다.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주효한 곳 중 하나는 지역의 축제다. 우리는 축제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축제가 얼마나 지속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못지 않게 유형의 경제효과와 무형의 도시가치가 상승했으면 한다. 낭만과 즐거움과 행복을 더불어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여긴다. 다소 미흡한 점이 있어도 정신적 희열과 즐거움은 물리적 불편함을 극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축제가 재미있어야 할 이유다. 그러자면 사람이 중요하다. 어린이부터 나이든 어르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지난 20일 충장축제 기획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제21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실행계획 보고회에 참석했다. 오는 10월2-6일까지 금남로, 충장로 일원에서 펼쳐질 추억의 충장축제 윤곽을 알 수 있었다. 내용 하나하나가 기다려지는 축제였다. 올해가 스무번째 하고도 다시 첫 번째를 맞이한다. 그동안 지속되었던 추억의 시점이 이번에 대폭 확장된 게 특징이었다. 과거-현재-미래로의 선순환적 시점으로 바꿔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불, 열정, 시민참여, 대동의 정신이란 컨셉으로 엮어 무려 44개의 프로그램에 펼쳐놓는다. 또 ‘1 day- 1big event’로 날마다 중요 포인트를 준 게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충장축제에 가면 재미지면서도 의미있는 이벤트가 있다는 거, 정말 반갑다. 우리들에게 ‘새로운 추억’거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했다.

무엇보다도 ‘시민참여’ 컨셉이 다가든다. 일방적으로 만들어 내려주며 ‘즐기세요’가 아니라 ‘우리 함께 만들어봐요’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언론 용어로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란 게 있다. 시청자들이 미디어 산물을 수동에서 탈피해 능동적인 참여로 변화시키자는 매스컴 운동이다. 이 원리는 학교나 축제에서도 동일하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거나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급급한 행사를 기획한다면 기대할 게 없어진다.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관객들은 복잡한 교통이나 축제가 남긴 지저분한 거리가 연상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과비용의 투자에 비해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내 안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퍼블릭 액세스처럼 나도 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청년기획단 ‘찐이2기’가 만드는 청년브랜드, 조선대 K컬처 공연 기획학과의 ‘충예기획단’이 만드는 체험프로그램, 지역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5개의 시민기획프로그램 등이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주최측이 던져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신선하다. 지역민과 동네주민들이 축제를 기획하고 연출하는데 기꺼이 참여하는 것은 적지 않은 즐거움이다. 그 축제 제작과정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고 삶의 기쁨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진정한 시민참여가 행해지는 충장축제는 그래서 대한민국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거 같다.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 ‘나에게 배우고 있는 이 아이들이 지금은 내 학생이지만 어느 순간에 내 동료가 되고 장차는 나의 스승이 돼 세상의 주역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고 스스로 되뇌이며 살아왔다.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가끔은 곳곳의 축제를 찾아가며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때로는 직접 참여해 만들어가는 즐거움도 가졌으면 한다. 가을이 시작하는 충장축제에 우연이라도 제자나 친구를 마주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