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 9월이다.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며 결실을 맺기 위해 연초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도 하나씩 돌아보게 된다.

안정적 병력 충원과 효율적인 병역자원 관리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병무청은 올해 창설 54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병역은 우리 사회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핵심적인 가치이며,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병무청은 지난 2004년부터 병역을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 조성을 위해 시작한 ‘병역명문가 선양 사업’이 올해 21주년이 됐다. 그동안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요구에 맞춰 변화를 거듭한 결과, 올해는 1만6천 여 가문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병역이 단순히 의무가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 할 것이다.

병역명문가 선양 사업의 꽃은 병역명문가 시상식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공로를 격려하고 귀감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병역명문가를 초청해 예우하는 행사가 ‘병역명문가 시상식’이라면 병역명문가를 찾아가 ‘병역명문가의 집’이 새겨진 문패를 손수 달아드리는 것은 대를 이은 나라 사랑에 헌신해 온 가문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행사다.

또한 국가·공공 기관 및 민간 시설과 협약을 통해 생활 속 실질적 혜택으로 병역명문가를 예우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주차장, 체육시설 등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편의 시설을 이용하는 데 감면 혜택을 지원하는 등 병역명문가 선양 사업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필자가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으로 부임한 올해는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의 현장에서 ‘지역’의 힘을 발견한 큰 계기가 됐다. 지난 6월14일 지역에서 열린 병역명문가 시상식에는 주인공으로 초청된 15가문의 병역명문가와 표창을 수여하기 위해 참석한 광주시 인사, 31사단장, 광주지방보훈청장 등 기관장, 그리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지역 언론사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병역명문가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의미를 넘어 병역이 자랑스러운 사회 조성을 위해 지역의 민·관·군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류와 축하의 장이 된 셈이다. 이날 병역명문가로 참석한 지방자치단체 A의원은 지방병무청장 표창을 수상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널리 홍보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얼마 전 병역명문가 문패 달아드리기 행사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병역명문가 문패 달아드리기 현장에서 만난 한 가문이 조선말기 가산을 털어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항거한 애국지사의 후손임을 알게 됐다. 함께 참석한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 역시 대를 이은 나라사랑의 표상인 애국지사의 후손을 만나니 존경을 넘어 숭고한 마음이 든다며 지역사회에서 병역명문가가 존경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글로컬’이라는 말도 서로 통하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이끌어 가는 병역명문가가 삶을 영위하는 현실적인 공간이자 활동 영역이 ‘지역’이다. 병역명문가가 병역을 성실히 이행해 우리 사회의 번영의 기반이 됐듯이, 그‘인정’과 ‘지지’에 힘입어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글로컬 인재로 활약하고 있는 병역명문가를 현장에서 만나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자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안보공동체의 한 기관장으로서 병역명문가에 대한 지역의 참여와 활동을 연결해 물질적 예우를 넘어 존경과 추앙의 사회적 문화로 확산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