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10월이다. 늦더위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고실라질 거 같지만 이 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터다. 머잖아 가을이 성큼 다가들 거다. 가을의 문턱에 서면 언제나처럼 우리들의 청춘이 떠오를 거다. 그 청춘의 시절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 충장로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본다. 우다방과 충장로 거리가 인파로 넘실댔더랬다. 그 사이를 비집고 달음박질치며 우리에게로 달려드는 추억의 편린들, 그 조각들을 소중하게 보듬어낸 축제가 있다. 바로 충장축제다. 그 축제가 올해로 벌써 스물 한번째를 맞이한단다. 성년을 지나고 새로운 첫 번째 해다. 시간이 잘도 지나간다. 그동안 축제가 과거형 축제였다면 이번 축제는 지난 해에 이어 또 다른 추억, 미래로 가는 추억의 터널이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충장축제는 올해 우리들에게 멍석을 가만히 깔아준다. ‘충.장.발.光’이란 타이틀 아래 신나게 한번 놀아보라고 한다. ‘다시 타오른 열정, 영원히 빛나는 우리’를 주제로 10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충장로와 금남로, 예술의 거리 등에서 야심찬 프로그램으로 사람들과 만난다. 열정, 불꽃, 대동, 추억 등을 컨셉으로 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 이번에 한번 신나게 놀아보면 어떨까. 다시 한번 지난날 열정의 불씨를 끄집어내 보자. 우리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해온 불씨를 한데 모아 축제장의 불빛을 밝혀보자. ‘추억의 불씨’를 뒤적여 보자. 이번 축제에서 추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단다. 추억이 과거에서 건너와 현재로 와서 미래로 달려간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체험의 장에서 시점이 유기적인 추억이 펼쳐질 터다.

추억 만들기 중의 하나, ‘길 위의 스케치북’을 보라.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금남로 거리 전체가 스케치북이 될 터이다. 거기에 추억 가득한 그림이 그려진다. 어디 그뿐이랴, ‘추억의 밀가루 놀이’(10월5일)는 또 얼마나 신날지. 90년대 졸업식 문화를 모티브로 일탈과 해방감을 주는 놀이가 아니고 무엇일까. 전국 각지의 전 현직 ‘올드앤영 DJ’가 금남로에 집결된다. ‘열정 댄스 나이트’(10월4일 금요일)가 그것이다. 다시 타오른 가슴속 열정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나누며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고고팝, 뉴트로 댄스, 세대별 음악 카운트다운 등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불타는 금요일 밤 댄스파티다. 남녀노소 모두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복싱장 배틀, 추억유랑단, 바둑대회, 오목& 알까기대회, 추억의 보드게임, 추억의 롤라장 등 추억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또 누구든 마음 속 소원을 빌고 싶을 땐 ‘소원장작 과 매직 파우더’도 해봄직 하다. 금남로에서 특별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거 같다. 소원장작을 구매한 후 참가자가 직접 불멍 화로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면 장작은 오로라 형태의 불꽃을 내며 지지직 타오를 거다. 매직 파이어를 보며 추억을 만들어내는 귀한 밤이 될 것이다.

이제 가을이다. 아무리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가을은 온다. 우리 안에 꼭꼭 숨어있는 작은 불씨 하나가 옹송그리며 대지 위로 퍼뜨려질 것이다. 충장축제에서 그 불씨를 가만히 꺼내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일상에 얽매여 답답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야호!” 마음껏 소리치며 뛰어보는 것도 좋다. 과거의 추억 회상만이 아니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추억을 충장축제에서 만들어 보자. 세상이 만들어 놓은 ‘너다움, 나다움’의 틀일랑 훌훌 벗어버리자. 그리고 ‘나다움’을 챙겨 마음껏 날아올라 보면 어떨까. 감각과 감정을 한껏 되살려 추억의 열정을 불태워보자. 로맨스 파이어에서, 파이어 퍼레이드에서, 또 복싱배틀에서, 아니다, 충장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추억을 소환하거나 재생산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스스로 가치 있게 빛나는 불꽃과, 추억으로 하나되어 보자. 그리하여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대동의 마음으로 뜨겁고도 화끈하게 놀아보자. 내일을 향한 “파이어!” 광주 충장축제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