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된 기술을 모두가 이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머무는 모든 곳에는 ‘문’이 있다. 회사, 학교, 집, 화장실 앞에서도 여러 개의 ‘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이 불편함 없이 여닫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설이지만 노약자, 장애인, 이동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애물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일상에 꼭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문, 광주 동구 동명동 아이플렉스에 위치한 원인터내셔널의 변철원(36)대표는 가정의 현관문을 시작으로 도시의 모든 문에 작은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청년 창업가다.

고향인 광주에 사업을 하기 전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변 대표는 20대부터 미국, 중국 등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길러왔다.

그러던 중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27살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에 다니게 된 변 대표는 주일마다 장애인 교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활동 보조사로서 교인들의 집에도 방문했던 그는 자신에게는 너무나 쉽게 열리던 문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어려움을 주는지 직접 확인하게 됐다.

최소한 자신이 거주하는 집만큼은 편안한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때부터 장애인이 드나들기 편안한 출입문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

관심이 행동으로 옮겨진 결정적인 사건은 친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임종 때문이었다.

한여름, 잠시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도어락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무려 두 시간을 복도에서 보내면서 몸살을 앓게 됐다. 급기야 병원에 입원한 할아버지는 3개월 만에 변 대표의 곁을 떠났다.

변 대표는 어릴 적부터 가까이 따르며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원인이 열리지 않던 도어락 때문인 것 같았고 미국에서의 경험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문을 열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여겼고 직접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장 조사를 해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었고 변 대표는 이 분야에 성공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한국 방화문 규격에 따른 문(55KG)을 별도 제작해 개폐 테스트 하는 모습

변 대표가 개발 중인 제품은 문 앞에 선 사람을 집주인으로 인식한 도어락이 동력 장치를 이용해 문을 열어주고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자동으로 잠기는 것까지 수행하는 모델이다.

하드웨어, 인공지능(AI), 앱(APP)의 3가지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제품을 완성해 내년에는 필드 테스트(Field tests)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문만 활짝 열려도 노약자나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개폐 기능 외에 돌봄 기능, 보행 자세 체크 등을 추가하고 장애 용품으로 등록해 많은 분이 적은 부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부터 각종 지원 사업에 도전해 약 9억원을 획득한 베테랑 사업가인 변 대표에게도 위기 상황은 있었다.

2021년 도어락 없이 모터를 문 안에 직접 넣어 동력 장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제품 허가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일반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도 문을 설치하려면 ‘방화문’이어야 하는데 현 규정상 문 안에 배터리가 탑재되면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에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해 규제 해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실패했고 다시 원점부터 개발해야 했다.

그는 “한 발짝만 나가면 모든 것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는데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 그리고 함께 고생한 직원들의 수고까지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큰 좌절을 느꼈다”며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는 관련 규제를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올해와 내년 상반기를 전환점으로 삼고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등 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 과연 수요가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시장 조사 결과 수도권만 해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규모라 비전을 갖고 도전했다”며 “싱가폴, 일본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고 사용자 데이터가 쌓이면 그에 맞게 필요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도어락 해제 →문 개방→출입 인식→문 폐쇄→도어락 잠금의 자동화 기능이 탑재된 사용자 맞춤형 여닫이 문의 작동 과정

이어 “사회적 약자도 고통받지 않는 스마트 도시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며 “키오스크 사례처럼 기술이 발달하면 편리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양단이 발생하는데 어두운 부분에 빛을 비추듯이 모두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창업 아이템에 대해 부모님, 친한 친구, 보통 사이인 친구 이렇게 3번 의논을 해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두가 공통으로 말하는 교집합이 반드시 나오는데 이 부분을 참고해 창업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시장조사, 창업정책, 지원사업 등을 충분히 공부해 본 뒤 시작해야 한다”며 “특히 본인이 도전할 수 있는 국가 지원 사업을 사전에 조사한 후 창업하면 초기부터 금전적인 압박을 덜 받게 되고 이후 사업을 운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