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로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로컬크리에이터(LocalCreator)가 새로운 구원 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Local)과 창조하는 사람(Creator)의 합성어인 로컬크리에이터는 특정 지역이 가진 문화, 음식, 자원 등에 개성적인 사업 모델을 접목해 사업체를 운영한다.

광주의 로컬크리에이터인 김이린(34·여) 대표는 광주를 중심한 주변 지역의 소멸을 막는데 가장 큰 무게를 두고 로컬복합문화 공간 ‘아우르(Owlr)’를 열었다. 아우르는 우리말 ‘아우르다’와 ‘부엉이(owl)’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낮과 밤이 주는 분위기에 따라 언제든 지역과 미식을 향유하고 싶은 김 대표의 바람을 담았다.

지난해 5월 동명동에 둥지를 튼 아우르는 90년 된 한옥을 재건해 만들었다. 270평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마당, 한옥 메인동, 그로서리동, 팝업 별채 등 4가지 공간을 품고 있다.

김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자체 최초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을 시작했던 경상북도의 ‘도시청년시골파견제’의 시범 사업에 현재 남편과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러 지역 중 선택한 문경시에서 유휴공간을 관광거점으로 만드는 사업체인 ‘리플레이스’를 6년 동안 운영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후 김 대표는 광역시인 광주에 사업장을 열고 주변의 소멸 위기 지역인 전남을 알리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오히려 외지인의 시각으로 지역이 가진 가치를 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투자펀드사와 매칭이 되는 등 일사천리로 일이 풀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리플레이스의 광주 법인인 ‘광지주’를 설립해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첫 발을 디뎠다.

김 대표는 지역의 소멸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을 때가 최종적이라고 보고 한 사람이라도 지역을 기억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오감으로 지역을 보여준다는 미션을 토대로 전체적인 사업을 기획 중이다.

영암 한우와 나주 뿌리 파, 완도 감태 등 지역 특산물로 남도의 맛을 선보이고 매 시즌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 다이닝 공간과 구분된 그로서리동에서는 전통주와 지역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지역 기업을 알리는 팝업스토어도 꾸준히 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오롯이’와 함께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을 골라 오면 착즙주스를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주 의류브랜드 ‘플라스틱 프로덕트’와 행사를 열고 옷과 함께 핑거 푸드, 칵테일을 선보이는 행사를 가졌다. 그해 5월에는 보해양조와 ‘스몰액션 스토어’를 열고 플로깅 활동을 하면 소금 아이스크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빵과 곁들여 먹는 나주 뿌리 파 스프레드

김 부각과 함께 먹는 영암 한우 육회

완도 감태가 올라간 그린 파스타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지사와 ‘광주마스터투어’를 진행했다. 이전에 광주를 와봤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광주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투어를 마치면 ‘광주마스터증’을 수여했다. 목포대학교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단과 함께 학생들이 실제 로컬 제품들을 판매해보도록 코칭 했고 매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학생교육기부단과 협약을 맺고 지역 소멸위기를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열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광주에 왔을 때 연고도 없고 낯설어 힘들었지만, 타지에서 왔음에도 따뜻하게 맞아주고 경쟁사가 될 수 있음에도 조언을 주신 동료들이 많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역 분들은 항상 봐왔던 것이기에 당연하게 여길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왔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광주와 전남만의 멋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우르를 광주·전남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다이닝 뿐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싶다”며 “ 지난 1년 동안 지역 사람들을 알아가고 공간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지역의 일을 안심하고 맡길 만한 신뢰감 있는 로컬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우리나라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기 때문에 창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일단 지원 사업에 도전해 품과 시간을 들여서 사업계획서라도 작성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업을 하게 되면 생각만큼 매출이 안 나올 때도 있고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의 위기가 올 때도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걸지 않으면 포기하기가 쉽다”며 “창업을 꿈 꾼다면 자신의 시간이든 젊음이든 돈이든 하나를 크게 투자한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창업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