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비라는 인물이 있었다. 뛰어난 법치사상가였으나 한나라 왕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훗날 진시황제가 된 진나라 왕 영정은 한비의 책을 읽고 감동해 한비를 강제로 초빙했다.

어느 날 진황은 한비에게 물었다. “왕으로서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고 부하들을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한비는 대답했다. “군주가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덕과 재능이 있어도 권력이 없다면 통제할 수 없고, 한 손으로 박수를 치면 아무리 손이 빠르고 힘이 있어도 소리가 나지 아니하니(孤掌難鳴) 힘이 없으면 그 명령에 응할 자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진왕은 여불위를 근절하고 권력을 장악해 신하들과 손뼉을 맞춰서 천하를 통일했다.

고장난명이라는 중국 고사의 유래에 관한 출전이다. 한 손뼉으론 소리가 나지 않으니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할 때 흔하게 쓰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가 떠올랐던 것은 최근 우리 주변에서 한 손뼉만 치는 일이 아주 많아서다.

22대 국회 원구성이 시작부터 파행하더니 여·야간의 대치정국이 계속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와 민생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여·야가 함께 치는 손뼉쳐 해결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국민의 수심과 원성은 깊어만 가고, 국가경쟁력은 선진에서 중진으로 하향하며 3류화 되어 가고 있다.

지난 7월4일 전북 정읍에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 선언식이 있었다. 7년 만에 호남 광역단체장 협력회의가 열렸다니 참으로 오랜만의 경사였다. 그간 전북은 광주·전남으로부터 분리를 추구하며 전북특별자치도가 됐고, 광주·전남은 민선 8기 들어 반도체특화단지 공동추진 등 상생협력을 도모했으나 동상이몽도 존재했다.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전·세종·충청의 통합, 부울경 광역경제권 재추진 등이 가시화되자, 호남권 자치단체장들의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형식보다 실질을 도모하는 호남권 세 광역단체 경제협력의 힘찬 손뼉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광주와 전남·전북 3개의 호남권 테크노파크도 현재 호남경제동맹을 뒷받침하고 산업 경제부문의 협력을 구체화 시키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고 이번 달 말경 회의를 열어 호남산업협력 내용을 합의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7월9일에 광주시와 전남대, 전남대병원, 광주상공회의소, 광주테크노파크는 전남대 글로컬대학 30 선정을 위한 지산학병연 협약을 맺고 협력을 다짐했다.

그간 호남권 대표대학인 전남대는 전북대와 순천대가 작년에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지정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의 대학들이 강도 높은 대학혁신안을 내세우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간 교육도시로서 여러 대학이 육성돼 왔던 광주의 현실을 교육부가 너무 형식적으로 통합하려는 평가도 문제인 것 같다.

어쨌든 이번에는 기어코 광주에서도 글로컬 대학이 선정돼야 하고 그래야 다른 대학들도 내년에 후속 선정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어쩌면 광주 글로컬대학 추진이 대학 따로 지역사회 따로 해 고장난명이었을지 모른다.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아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줘야 할 때다.

광주·무안간 민군통합공항 이전 문제, 광주시와 시민사회의 갈등 등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고장난명인 일이 너무 많다.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는 쉽다. 그러나 서로 치열하게 혁신하고 서로 협력해보려는 노력은 힘들지만 미래를 위한 일이다.

아무리 쉬운 일도 혼자서는 힘들고 아무리 힘든 일도 함께 합이 되면 쉽게 해결하니 손발이 맞고 의기를 투합하는 것이 만사를 잘 해결하는 지혜다. 명분과 말로만 협력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며 힘을 기초로 고장난명을 극복하라는 한비자의 말을 다시 새겨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