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성은 이, 이름은 송이. 서울에서 태어난 이송이입니다.”

지난 18일 영광군 염산면 소재 거처에서 50대 후반 추정 무적자 A씨(본보 6월14·18·20일 6면 보도)는 자신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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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어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A씨는 본인이 태어난 해를 ‘1967년’이라고 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A씨의 ‘첫 기억’은 6살 무렵이다. 당시 A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손을 잡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도착한 장소는 매번 달랐지만, 일과는 같았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누가 시킨지도 모르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밥을 주면 먹고 잠자리에 드는 하루를 반복했다. A씨는 그렇게 수십년을 살았다.

A씨를 데리고 다녔던 사람은 자주 바뀌었다. 언젠가 일한 대가로 돈을 받았는데, A씨와 같이 온 사람이 얼마씩 가져갔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그는 인력사무소 관계자와도 함께 다녔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그 때가 언젠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겉으로 봤을 때 성인이 됐을 때다. 이때부턴 허드렛일이 아닌 막노동을 주로 했다”고 지나간 시간을 되짚었다.

신분 없이 인천, 부산, 대구 등 전국을 돌며 막일로 생계를 유지했던 A씨는 2012년 3월1일 경기도 안산에서 현재 살고 있는 영광으로 왔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어 그간 세월에 대한 기억이 완전치 않지만, A씨는 영광에 온 날 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영광에 온 날을 자신의 ‘생일’로 정하기까지 한 A씨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다.

그가 일하는 농장의 주인이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공간과 기본적인 가구 등을 제공해 준 것이다.

여기에 일정 급여까지 받아 A씨는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며 땀 흘려 일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런 A씨의 마음에도 세상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솟아날 때가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들이 신분이 없다고 손가락질할 때다. 특히 외국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서글퍼진다고.

A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는데,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놀림 받으며 무시당할 땐 마음이 아프다”고 서러워했다.

A씨는 신분을 얻는 게 무엇보다 간절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더는 자신을 깔보지 않고 무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A씨의 특정후견인인 윤하연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센터장 남궁경문) 팀장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윤 팀장은 광주지검이 광주가정법원에 청구한 ‘특정후견 심판’이 받아들여진 지난해 11월부터 A씨의 특정후견인으로서 그의 삶 전반에 손을 보태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에서 맡아 진행 중인 A씨의 성과 본 창설 허가 청구소송도 윤 팀장이 지역 법조계에 백방으로 도움을 청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진행했던 성과 본 창설 허가 청구소송과 달리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A씨와 윤 팀장 모두 간절히 원하고 있다.

A씨는 “청구가 받아들여져 신분이 생기면 당당하게 ‘내 이름’을 말하며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당당하게”라고 재차 말했다.

A씨는 “윤 팀장님을 비롯해 저를 도와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치는지 고개도 떨궜다. 그러면서도 목이 메인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모두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