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지?”

어릴 적, 우연한 기회에 만난 책 세상은 신비로움이었다. 별자리 신화와 전설 속 우주 이야기, 궁금했던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재미나고 엉뚱한 전래동화 등,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던 세상들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자라, 오빠가 읽다 둔 시집이나 소설집을 펼쳐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 속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꾹꾹 짚으며 몇 번이나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구들도 많았지만, 느낌만은 좋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종이 소리에 가슴이 설레었고, 글을 따라 읽는 만큼이나 기분 좋은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 올라가곤 했었다. 살아오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고 헤매일때도 책을 통한 쉼들은 따스한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 책과 함께 나누는 따스한 온기를 통해 또 다른 삶의 의미와 지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인문의 숲, 쉼이 되다.’

지난 6월1일부터 2일까지 무등산 증심사지구 일원에서 열린, 제2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는 숨고름이었다. ‘인문의 숲, 쉼이 되다’를 주제로 ‘지혜산책’, ‘예술산책’, ‘마음산책’, ‘자연산책’, ‘인문도시 산책’ 등 5가지 테마로 운영된 프로그램도 축제장을 찾아온 사람들은 물론, 산책 나온 시민들과 등산객들이 함께 함이 좋았다. 따뜻한 이야기와 울림이 있는 명사초청 인문강연에 무등을 노래한 시인의 시와 시의 이야기, 무등산의 상징적인 인물 3인을 주인공으로 한 장소특정형 연극과 화가이자, 교육자였던 의재 허백련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무등산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나누는 시간 등. 너와 내가 아닌 어울림의 시간, 서로의 따스한 온기를 나누는 인문의 숲, 쉼이었다.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 주는 피에로 아저씨와 강한 햇살을 위해 준비된 핑크 우산, 재활용이 가능한 하얀색 우유 박스로 만들어진 부스들과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음수대들도 주최측의 섬세한 배려와 마음 씀이 느껴져 고마웠다. 무엇하나 모나거나 두드러지지 않고, 서로의 따스함을 나누며 자연과 함께하는 나눔의 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편백숲에 마련된 ‘책 읽는 편백숲’은 최고의 공간이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있는 편백숲에 자유롭게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람과 편백 나무와 사람과 책이 함께 어우러져 굳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인문의 숲, 쉼이 되는 시간이었다. 쉼을 위한, 지구를 위한, 나를 위한, 내일을 위한, 시간 들로 진행된 광주시민 방송, 보이는 라디오도 나를 돌아보며, 나를 찾고, 내일을 향한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며 하나 되는 축제, 따스한 인문 축제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365일 내내 36.5℃.’

2018년 국내 유일의 ‘인문’ 관련 전담부서, ‘인문도시정책관’ 신설을 시작으로 ‘인문도시 동구’ 기본계획 수립과 인문도시 공감토크 ‘인문도시를 論(논)하다’ 개최 등을 거쳐 2024년, ‘인문도시 광주 동구’ 도시브랜드 비전선포식에 이르기까지.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함께 더불어사는 행복한 인문도시를 꿈꾸며 달려온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2025년 제3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에도, 따스함이 스미는 인문의 숲,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쉼’이 되길 희망한다.


7월26일과 11월까지 진행되는 ‘2024 책 읽는 동구, 올해의 책 독서문화 프로그램’에도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 구민이 선정한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찾아가는 인문도시 광주 동구의 독서문화운동으로 진행되는 ‘2024 올해의 책 독서공모전’과 ‘찾아가는 독서교실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삶의 지침이 되고 응원이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365일 내내 36.5℃, 오늘도 온기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