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장군과 해전사의 DNA를 물려받은 아이들 / 하숙자
2024. 06. 06(목) 20:25 가+가-

하숙자 진도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우리에게 인식되는 그 무엇이든 단 한 번에 본질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사랑하면 자세히 보아지고 그렇게 담은 시간과 수고로움이 있어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사람과 지역이 그렇고 며칠 전 여수에서 열린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가 그러했다. 박람회는 대한민국의 남쪽 지역(local)인 전남이 세계(global)를 여수로 불러들여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와 인구소멸, AI 시대에 인간과 자연, 문명과 공생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해 보고자 마련된 것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서울 경기도지역에서 근무하는 후배이며, 인솔한 학생들은 해외에서 박람회를 보는 듯하다며 감탄을 쏟아내었다.

성공의 배경에는 항상 응원이 있다. 박람회도 그랬지만 최근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럭비 경기가 그랬다. 사실 필자는 럭비 경기를 잘 모른다. 그렇지만 전남의 유일한 럭비팀이 진도중학교에 위치해 있고 전국소년체전 경기 8강전이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하니 궁금하기도 해 격려 차 경기장에 갔다. 대회장은 초입에 설치된 안전부스에서부터 잔디구장까지 분주하다. 지난 해 진도중학교 럭비팀은 선수단을 꾸릴 수 없어서 출전을 포기했다고 한다. 올해도 본선 경기를 앞두고서야 간신히 선수단을 꾸려 경기 개최 전 10여일 간 강 훈련을 한 뒤 부전승으로 8강전에는 올라온 상태였다. 이번 경기가 첫 출전이란다. 필자는 그동안 처한 사정을 알기에 선수아이들에게 경기를 즐기라는 말 이외에 다른 어떤 격려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응원석은 사정이 달랐다. 휴일인데도 진도중학교 전교생이 나와 관중석을 꽉 메운 것이다. 아이들은 복장을 맞추고 한 손에는 교기와 응원 깃발을, 다른 한 손엔 북 또는 짝짝이 등 응원 도구가 들려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응원 도구가 동원된 듯, 마치 고대-연대의 응원석을 보는 듯했다. 아이들은 한 달 이상 응원을 준비한 품새다. 진도중 선수들은 상대편과 체격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몸과 몸이 부딪치면서 부상을 입기도 했고, 넘어지면서 무릎이 깨지면서도 사력을 다해 뛰어다녔다. 응원단은 12:0으로 판판히 지고 있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북과 꽹과리를 동원해 함성을 토해냈다. 소리가 너무도 쩌렁쩌렁해 넘어졌던 선수들이 소리에 놀라서 당장 일어나곤 했다. 상대편 응원단들도 진도중 응원단의 기세에 혼이 나간 듯 바라 보고 있었다. 그랬다. 아이들은 응원석,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함께’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프로선수들도 아니 그 어느 누구라도 전반전이 12 : 0인 상황이 되면 기세가 꺾이기 마련이다. 사실 어른들은 선수들이 너무도 안쓰러워 득점이 ‘0’만 아니면 선수들 기는 죽지 않겠다고 하며 경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응원단은 선수가 넘어질 때마다 거센 함성으로 기어이 선수를 일으켜 세웠고, 결국 후반전을 승리로 이끌어 내고 말았다. 비록 그날 승리는 상대팀에게 돌아갔지만 응원단과 선수는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에 장내는 감동의 도가니가 됐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던 응원단, 그 힘을 받았던 선수들은 울돌목에서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을 호령하며 12척의 배로 승리를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과 지휘에 따랐던 해전사들이었다.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는 교육공동체의 응원과 염려를 발판삼아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럭비대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순신장군과 수군을 도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어낸 민중의 후손, 진도아이들의 핏속에는 ‘충의’와 ‘공동체 정신’이 흐르고 있다. 진도엔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불굴의 정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도는 구성진 노래 한가락씩 뽑아낼 수 있는 DNA를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남도전통예술의 메카, 감성공동체인 진도의 문화를 세계와 연결하고, 세계 속에서 진도의 문화가 만날 수 있게 하는 노력, 박람회가 남긴 과제다. 우리가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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