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이 주민 협의 등을 조건으로 걸며 한국전력공사가 신청한 시행계획 공고·열람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2-3부(이민수·김정숙·이상현 부장판사)는 24일 한국전력공사가 장성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전 송전선로 건설사업 사업시행계획 공고·열람에 대한 장성군의 부작위 의무 불이행이 위법함을 확인한다"고 주문했다.

한전은 장성군 2개면을 거쳐 345kV 송전선로 약 5㎞와 철탑 14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2022-2023년 2차례 사업 시행계획 공고·열람 절차를 진행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다.

그러나 장성군은 “송전선로 설치 지역 인근 주민들과의 협의해 주민 피해대책을 마련하라”며 보완을 요구하고 한전의 신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장성군이 공고·열람을 하지 않아 주민 의견 청취 절차를 이행 못 한 한전은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한 심판에서도 인용재결을 받았지만, 장성군이 여전히 공고·열람을 이행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전원개발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한전의 공고·열람 신청을 받으면 지자체는 10일 이내에 이를 이행해야 하나 장성군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그 의무를 불이행한 부작위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성군은 “주민 협의와 피해대책 마련 등의 보완 요청을 내용으로 하는 회신을 보낸 만큼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은 것(부작위)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장성군이 보완 요청한 것은 조건부 의사에 불과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공고·열람의 불승인으로 볼 수 없다”며 “결국 장성군은 10일 이내 공고·열람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 위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선선로 인근 주민과의 협의와 피해 대책 마련 요구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이해하더라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공고·열람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