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의 연임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당초 당권 도전을 염두에 뒀던 중진들이 대거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아직 3개월 넘게 남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이 대표 연임을 언급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5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하면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연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당 대표직 연임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지금 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만약 대권후보가 되려면 1년 전에 당 대표를 사퇴한다. 그걸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도 1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흐름은 총선 전보다는 총선 후에 좀 연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권 행보에 불리할 수 있다는 측근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이 대표는 일단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당내에서 ‘이재명 연임론’이 커지면서 애초 당권 도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중진 의원들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경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국회의장의 경우 6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맞대결 구도에 더해, 5선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과 같은 5선인 김태년·안규백·우원식·윤호중 의원 등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호남 출신으로는 5선 고지에 오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 후보군만 두 자릿수에 달하고 있다.

4선에선 김민석·남인순·한정애·서영교 의원, 3선에선 강훈식·김병기·김성환·김영진·박주민·송기헌·조승래·진성준 의원 등 12명 이상이 출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당대회까지는 4개월 남짓 남은 만큼 이 대표의 결심과 국회의장 및 원내대표 경선 결과 등에 따라 당 대표 후보군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 경우 비명(비이재명)계 가운데 당권 주자급으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전 의원, 박용진 의원의 거취도 변수다.

당 일각에서는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후보군 ‘교통 정리’가 될 거란 관측과 함께, 결국 이재명 대표의 의중, 이른바 ‘명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