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의 대도민 호소와 전남 서부권과 전남도의회의 잇따른 대승적 결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순천대·순천시 등 동부권의 반대로 전남도의 공모 방식을 통한 단일의대 선정 계획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전남권 의대 신설 문제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동부권의 독자 추진 방침으로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인 국립의대 신설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전남도·순천대 등에 따르면 김영록 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전남도 동부청사에서 이병운 순천대 총장, 노관규 순천시장,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 등과 의대 문제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김 지사는 기존 ‘통합의대’에서 공모 방식을 통한 ‘단일의대’로 변경한 배경과 공모 절차 및 공정성 담보 방안,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생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순천대·순천시는 “전남도가 대학을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의대 설립 절차는 법적 권한이 있는 교육부에서 진행해야 지역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전남도의 의대 공모 불참과 독자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순천대는 전날에도 의대유치추진단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도의 의대 선정 공모는) 동부권과 서부권의 과열 경쟁을 유발하고 양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며 철회를 요구했었다.

앞서 김 지사가 지난 15일 송하철 목포대 총장, 박홍률 목포시장 등 서부권과 회동을 가진 이후 목포대는 공모 참여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또한 전남도의회 역시 지난 17일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지만 동부권의 독자 추진 방침으로 전남도의 의대 공모 방식 추진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갈등 양상이 지속될 경우 전남권 의대 신설 자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확산하고 있다.

전남도가 동부권과 서부권 간 의대 유치 경쟁의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 ‘공모 카드’를 내놓았음에도 ‘지역 이기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정부가 이를 빌미로 의대 신설 방침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결국 ‘전남권 의대 신설’이라는 대명제 하에 현 정부 임기 내에 의대 설립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동부권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절박함은 김영록 지사가 지난 17일 발표한 호소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지사는 “현재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은 정부의 의대 증원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신설 방침과 계획을 신속히 확정해 정부에 신청해야만 하는 촉박한 일정에 있다”며 “지금처럼 지역 내 논쟁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정부와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국립의대 신설 문제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남도의회도 같은 날 차영수 의회 운영위원장(강진·더불어민주당)이 대표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국립의대 신설은 도민의 힘을 결집해 30년 만에 이뤄낸 소중한 기회로 현 정부 임기 내에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지금과 같은 갈등과 대립이 장기화되면 꿩도, 매도 놓치게 될 것이다. 지자체와 정치권, 대학이 하나 된 목소리로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도는 앞으로 의대 정원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에 지속 건의하는 한편, 공모를 수행할 용역기관 선정 추진 과정에 순천대가 참여하도록 지속적인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모는 의대 설립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도민의 이해를 구해 추진하겠다”고 공모 방식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순천대 총장, 순천시장과의 첫 만남이었음에도 큰 틀에서는 전남권 의대 유치에 함께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전남도가 추진하려는 공모 방식에 대해 입장 차를 확인했지만, (순천대 등 동부권과) 꾸준히 만나 공모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