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거가 여당의 완패 범야권의 완승으로 끝났다. 연일 총선 승패의 원인과 향후 정치권의 동향을 진단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벌써부터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민선 8기 후반기에 들어 금년 하반기부터는 민선 9기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할 듯 하다.

총선 성적표를 받아 든 각 정당과 당선자들은 6월 문을 열 22대 새 국회에서 실천할 입법과제와 선거공약들을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할 때다. 총선 쟁점이었던 국정과제들과 특검 사안이나 지역공약들에 대한 여러 입법과 협상, 정책 경쟁이 시작되겠지만, 우선순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입법과제가 민선 9기에 시행할 자치분권과 지역혁신 관련한 후속 입법 사항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어 치러진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자치단체 17개 중 12개, 기초자치단체 226개 중 145개, 총 243개 중 157개 65% 자치단체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에게 장악됐다. 지난 2년간의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지방정부의 민주주의 퇴행과 주민자치의 변질은 30년 쌓아 올린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취와 자치분권의 경험, 지역혁신의 역량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중앙정부와 관료에 의한 반자치적 관치는 지역혁신의 동력을 떨어뜨려 지방과 마을을 소멸과 쇠퇴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총선 심판은 국정운영에 대한 과감한 전환과 함께, 중단된 자치분권, 소멸 위기의 지방과 지역정책에 대한 절박한 혁신 요구도 포함되어 있음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1991년 지방자치의 부활 이후 30년 쌓아온 경험과 시대적 변화,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여 ‘자치분권 2.0’을 제안했고, 이를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입법했다. 자치분권 2.0은 자치분권적 개헌안을 제안하고, 주민발안 등 주민자치를 강화하며, 취약한 지방재정과 지방의회의 권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 대안을 담았다. 아울러 최근의 세계적인 지역혁신 사례를 들어 우리 지방정부도 혁신하고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대안을 제안하여 지방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의욕적인 개혁안들은 정권교체와 함께 중단되거나 폐지되고, 뒷걸음질 쳐 왔다. 자치분권의 퇴행과 주민자치의 정체가 윤석열정부에 책임이 크지만, 180석 의석을 가지고도 자치분권을 위한 후속 입법을 게을리한 민주당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이제 미완의 자치분권 2.0과 지역혁신의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2026년 민선 9기부터 이를 적용 실천하기 위해서는 2025년 상반기까지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

우선, 취약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지방재정 관련법의 보완이 필요하고, 지방의회와 의원의 권한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도 이뤄져야 한다. 후진적인 정당법을 지역정당 설립을 허용하도록 개정하여 일당 편중의 기형적 지방정치를 건강하고 다양하게 혁신하고, 급속한 지방인구감소에 적합한 지방정부 형태의 다양화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지원하는 근거법도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자치, 마을자치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가도록 지원하는 ‘주민자치기본법’의 제정은 가장 시급한 입법과제 중 하나이다. 입법을 통해 마을자치를 활성화하고 주민자치회의 대표성과 조직력, 자생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새 국회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특검 입법도 필요하지만, 지역발전의 동력을 살리고, 지방정부를 강화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자치분권과 지역혁신 관련 후속 입법에 힘을 모으길 바라며, 특히 지역 당선인들의 관심과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