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광주 여덟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쟁쟁한 현역 의원을 쓰러뜨린 일곱 신예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어떤 비책으로 ‘경선이 곧 당선’인 경선의 좁은 문을 통과했는지 의문스럽다.

당선자들은 11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의 더 큰 발전과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실제로 당선자들이 그런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을까. 그래 책자형 선거공보를 살펴봤다. 결과는 씁쓸했다. 비전은 고사하고 광주와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조차 빈약했다. 하긴 그런 수사가 뭐 필요했겠는가. 공천으로 게임은 끝났는데.

동남갑 정진욱 표지는 “윤석열정권 심판 남구발전의 희망”이다. 출마 이유와 이력과 역량(2-3페이지), ‘이재명의 남자’라는 사실과 입법활동 계획(4페이지), 지역구 공약(5-10페이지) 등으로 구성됐다. 광주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엔 무척 인색했다. ‘장학 퀴즈’ 출신 천재란 사실이 무색했다. 지역구 공약을 꼼꼼히 챙기려면 구청장이 제격이 아닐까.

동남을 안도걸 표지는 “광주와 민주당에 꼭 필요한 경제전문가”다. 기재부 차관 경력도 넣었다. 국가와 광주와 지역구 발전의 비전(2페이지), 자신의 이력(3-4페이지), 광주 미래를 위한 그간의 준비(5페이지), 국가 미래를 위한 역할(6페이지), 지역구 공약(7-10페이지) 등이다. 국회의원이 돼 광주와 국가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가 잘 드러났다.

서구갑 조인철 표지는 “서구, 광주, 대한민국을 바꾸겠습니다”다. ‘준비된 예산전문가’도 달았다. 출마 이유와 자신의 업적(2-4페이지), 국가와 광주와 지역구를 위한 공약(5-6페이지), 국가 미래를 위한 역할(7페이지), 광주 미래를 위한 역할(8페이지), 지역구 공약(9-10페이지) 등이다. 광주부시장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미래 비전은 너무 부족했다.

서구을 양부남 표지는 “공정한 사회, 더 큰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행복서구 정권심판’도 달았다. 출마 이유와 정의로운 자신의 이력(2-3페이지), ‘이재명의 남자’와 민주당 활동(4페이지), 지역구 공약(5-9페이지), 민주당 총선 공약(10페이지) 등으로 구성됐다. ‘불공정한 수사시스템 개혁’을 제외하면 광주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북구갑 정준호 표지는 “확실한 인물, 더 확실한 정권교체”다.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란 수식어도 붙였다. 출마 이유와 경력과 활동(2-4페이지), 북구와 광주와 국가의 미래 가치 비전(5-6페이지), 지역구 공약(7-10페이지) 등으로 이뤄졌다. 동신고 천재로 알려졌고 8년을 준비한 젊은 정치인이지만, 광주와 국가 미래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피력하지 못했다.

북구을 전진숙 표지는 “광주답게 전진”이다. 출마 이유(2페이지), 자신의 이력(3페이지), 국가 사회를 위한 공약(4페이지), 지역구 공약(5-6페이지) 등 달랑 7페이지다. 돌봄 책임, 여성고용, 청소년, 기후위기 대응 등 거시적 공약이 눈에 띈다. 하지만 광주 미래를 위한 자신의 계획은 없었다. 왜 짧은 공보물을 만들었을까. 선거비용 때문이었을까.

광산구갑 박균택 표지는 “광주가 선택한 정권탈환 선봉장”이다. 당대표 법률특보와 고검장 출신도 밝혔다. 출마 이유(2페이지), 광산 출신(3페이지), 이력과 특장(4페이지), 지역구 공약(5-6페이지), 마지막 7페이지는 ‘이재명의 남자’를 암시하는 사진으로 장식됐다. 역시 짧은 분량이었다. 광주와 국가 미래를 위한 비전과 자신의 포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산구을 민형배 표지는 “광주의 명령, 검찰독재 OUT”이다. ‘민주당 최강 공격수’란 수식도 달았다. 출마 이유(2페이지), 이력과 ‘이재명의 호위무사’란 사실(3-4페이지), 국회 4년 활동과 성과(5-7페이지), 국가 미래를 위한 역할(8페이지), 광주와 지역구 공약(9-10페이지) 등으로 만들어졌다. 광주시장과 최고위원을 꿈꾸는 재선 당선자답지 않았다. 큰 비전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일곱 신예 당선자에게 묻는다. 경선에서 경쟁한 현역 의원들은 왜 재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광주는 다선(多選) 정치인 배출에 매우 인색한 도시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가. 이번 승리가 4년 뒤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선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광주 사람들은 재선 국회의원을 여간해서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광주와 국가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비전을 제시하면 가차없이 퇴장시킨다. 당선자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