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어김없이 들린다. 이 문구는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대표작인 장편시 ‘황무지’ 첫 행에 나오는 표현이다. ‘황무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삶과 죽음에 대한 번뇌를 다룬 작품이다.

4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이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을 보면서 한껏 들뜨고 기뻐할 생동감 넘치는 계절인데 시인은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 아마도 겨우내 흰눈에 덮여 모두가 조용히 지내는 모습은 모든 것이 평온한 상태로 보였지만 날이 풀리면서 군중이 여기저기 모여 자신들의 욕구나 불만을 표출하는 소리가 아우성처럼 들려 현실의 고통이 더욱 괴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아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는 땅과 나무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는 모습을 시인은 어쩌면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와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불확실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며 하나하나 실행에 옮겨 나가고 있다. 이는 개인의 일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크고 작은 조직의 여러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확실한 계획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예로 우리 인생을 살펴보면,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다. 이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노쇠와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해 살아온 지역과 가족을 떠나 병원과 시설에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2021년 광주 복지실태조사에 ‘노인, 장애인 등에게 돌봄이 필요한 경우 시설에 입소시키기 보다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지역사회돌봄에 대한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72.6%가 동의했다.

광주시는 이런 시민의 욕구를 반영해 민선 8기 ‘따뜻하고 촘촘한 돌봄도시’ 실현을 목표로 사회복지분야 1호 공약인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계획했고, 이를 실행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최대한 만족스럽게 제공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분야별로 나뉘져 있던 돌봄을 통합해 세대, 계층, 욕구의 경계를 넘어 돌봄과 돌봄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틈새와 돌봄이 개입하기 직전까지의 긴급한 상황까지 메울 수 있도록 그야말로 촘촘하게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또 이런 시민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는 물론 가족에 대한 돌봄 부담으로 본인의 일상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이들을 돌보기 위한 ‘일상돌봄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혼자서 외롭게 살아가다 생의 마감까지 늦게 발견되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기·수도·도시가스·택배 관련 인력과 AI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세계적 유행의 각종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립대병원과 민간병원을 연계한 필수의료 체계도 강화했고 여기에는 응급의료는 물론 소아, 정신, 분만, 감염병에 대한 의료지원 체계도 포함했다.

우리가 살면서 겪지 말아야 하는 일이 전쟁만은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 본인의 생을 연명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고 당장 한 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며 전쟁같은 하루를 버티는 우리 주변의 이웃도 있다. 가족이나 마땅한 거쳐도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다 찾은 ‘노숙인 쉼터’가 있고 우리 지역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쪽방촌’도 있다. 여기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정될 수 있도록 공동세탁·샤워실, 식당·카페, 일자리 상담 등을 지원해 주는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도 얼마전 문을 열었다.

이렇게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시행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불확실한 내일이라는 ‘도화지’에 ‘계획’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이라는 색깔을 덧칠하는 작업과 같고 황무지에서 라일락이 피어오르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