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을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높게 쌓아올린 책더미와 서재의 여러 일상용품을 적절히 배치한 정물화풍 그림으로, 전통 장식화 및 민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가도 중 하나인 문방도(文房圖)는 선비들이 항상 지니고 다닌 ‘문방사우’(종이·붓·먹·벼루)를 배치한 그림을 말한다.

책가도와 문방도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집이 발간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 생활용구로써 가치가 높은 책가도 4점과 문방도 23점 총 27점을 선별해 수록한 소장품 자료집 ‘책가도·문방도’를 발간했다.

자료집은 크게 두 개 장과 부록으로 구성됐다.

첫째 장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책가도·문방도를 도판과 함께 소개하면서 한국 회화사의 흐름 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이 갖는 특징을 살폈다. 책장이 그려진 것만을 책가도로 명명하고, 그 외 문방을 주제로 한 것은 문방도로 구분해 실었다.

둘째 장은 책가도의 기원과 형식, 용도를 정리하고 그 안에서 박물관 소장 책가도와 문방도의 종류와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소장품 ‘책가도 8폭 병풍’을 유사 사례와 비교 분석해 조선식으로 변용된 투시법이 적용된 사례로 주목했다. 책가도에 자주 등장하는 서랍과 문갑의 표현, 책가도 속 도장 등에 대한 내용도 상세히 분석했다.

책가도 8폭 병풍

문방도에 대해서는 이형록(李亨祿, 1808-1883년)이 그린 그림 분석을 통해 궁중 화원이 그린 문방도의 특징을 짚어냈다.

또 문방도에 그려진 규표, 책과 안경, 그림, 편지봉투에 적힌 정보 등을 통해 문방도속 기물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시대 정보에 대한 내용도 분석했다.

부록에는 문방도에 그려진 주요한 기물, 문양 등을 모아 정리했으며 주요 작품 17점에 대해 XRF 기기를 이용한 안료 분석자료도 함께 수록했다.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정조(正祖)는 어좌 뒤에 책가도를 둘러 늘 책과 가까이하고픈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책과 학문을 중요시했던 풍조는 책과 고동기(古銅器), 도자기 등을 수집하고 즐기는 문방청완(文房淸婉) 취미의 확산을 가져왔다.

선비들의 방에 책가도와 문방도가 장식됐고, 민간에서는 아이가 책과 문방구를 가까이하는 선비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돌잔치 상에 문방도를 둘렀다.

돌잔치 이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제강점기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상설3관 ‘한국인의 일생’ 전시 ‘첫 돌’ 부분에는 문방도 병풍을 두른 돌상에서 돌잡이를 하는 모습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자손 잉태의 바람부터 상장례 이후 제사에 이르기까지 일생에 걸쳐 주요한 의례에 사용됐던 그림이 맥락에 따라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그림을 민속자료로써의 쓰임에 주목해 수집해왔으며, 약 400여건 그림을 소장하고 관련 주제의 전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