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목전에 있다. 국민의 힘 시스템 공천이나 더불어민주당 공정한 경선은 후보들의 검증 부실로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빛바랜 전략공천이 돼버렸고 결국 서로를 비방하는 막말로 점철된 유세 현장이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야당은 이번 정부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순직사건·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명품백 수수·주가조직)’ 5대 실정을 열거하면서 총선 슬로건으로 ‘못살겠다 심판하자’로 선정하고 치솟는 물가고에 신음하는 민생파탄의 경제실정론과 정권심판론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에 여권은 ‘국민의 힘이 합니다. 지금! 합니다’로 다수 의석을 얻어 국정안정론을 호소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비록 야당의 총선 구호이지만 1956년 5월15일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이 저지른 38가지 패악을 지적하고 ‘잘살게 하는 당면 정책’을 제시하면서 민주당이 내건 선거 벽보 “못살겠다 갈아보자!”로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 수 없다”로 응수했던 것과 엇비슷한 정국이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이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풀린 돈이 넘쳐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고물가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고금리와 고환율로 2022년 2.6%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유권자들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정권 안정론을 선택했다. 그러나 2023년 들어서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여겼지만 여전히 3고 현상이 지속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와 부자 감세로 인한 세금 부족과 재정지출의 한계로 경제성장률 1.4%에 불과했다. 2024년 봄을 맞이했지만 농·수산물 가격은 폭등해 민생은 힘들고 의사와 정부의 갈등으로 아프고 힘없는 환자들에게 불안이 닥쳐오고 있다.

유권자가 국회의원 후보자를 평가하고 심판하는 눈높이는 정치인의 시각과는 다른 점이 있다. 유권자의 판단이 정책적 이슈뿐만 아니라 공약의 타당성과 공약을 지킬 수 있는 능력, 정치인의 리더십과 감성적인 매력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양당 체제에서는 대표적으로 보수는 자유를 내걸고 진보는 평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상대방 진영을 비방하거나 공격할 때는 진보는 보수를 부자 감세와 부의 양극화, 시장 지배력과 수구 골통이라고 몰아세우고 보수는 진보를 사회복지 만능, 국가부채 위기, 대북 퍼주기라고 극단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양극단의 세력을 결집시키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권은 양극단에 서 있는 보수나 진보만의 정치적 이념으로 안정될 수 없으므로 양당은 중도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중위투표자의 선호를 반영하는 정책으로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중도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괴리가 크게 벌어진 진영 논리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또한 중도의 유권자들은 정부와 여야 후보들이 주어진 쟁점과 현안에 대해서 내뱉는 정치적 모욕과 관료들의 실언, 위협적이고 반인륜적인 막말, 일본의 식민주의 지배와 5·18 민주화 운동 망언, 노인과 남녀, 그리고 지역차별, 남북문제에 대해서 시시각각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동안 정부의 국정 운영의 성적표를 주의 깊게 주목하면서 심판의 기회를 기다린다. 이런 정치적 현실에서 중도의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역량과 주권의식의 눈높이로 보수와 진보의 진영 어느 한쪽에 얽매이지 않고 진영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정권 안정과 심판의 표심을 순식간에 바꿈으로써 실망과 불만을 표출한다.

이런 점에서 중도의 유권자 눈높이와 심판은 독일 경제학자 하노 벡(Hanno Beck)의 「경제학자의 생각법」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보통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것에 반대하기 위해서 투표한다”라는 윌리엄 먼로의 지적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정치 현실에서 이런 반사적 선택은 위험하고 왜곡된 투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우울한 경제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지역발전의 일꾼 자질이 부족하거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 역량이 떨어지거나 이념 편향적인 의정 활동에 치중한 후보자들을 제외시키며 정치적 성향이나 역량에 싫증을 느낀 후보들도 제외하면 투표할 후보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투표 참여는 민주시민의 덕목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순간 인생의 선택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유권자들은 투표 참여를 포기하기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삶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차선의 후보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유권자들은 후보를 심판하고 현명하게 투표해 선거를 선거답게, 투표를 투표답게,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의 시간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