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통해 얻은 기회가 하나둘 연결되면 창업 성공 의 밑그림이 완성됩니다.”

정혜진(29·여) ㈜치른시빌 대표는 27일 창업 성공의 비법을 이같이 강조했다.

㈜치른시빌은 국내 최초의 미술 교육 콘텐츠 개발·판매 기업이다. 아동부터 고령층까지 즐길 수 있는 30종 이상의 미술 체험 프로그램을 원데이 클래스로 운영하고, 아트 키트를 구매해 어디서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곳의 메인 프로그램은 ‘액션 페인팅’과 ‘플루이드 아트’로 비전문가도 1시간이면 멋진 작품을 완성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션 페인팅 체험

클레이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피자시계

올해로 5년차 청년 사업가인 정 대표는 전공인 서양화를 살려 창업했다.

‘치른시빌’은 숫자 ‘7=11’을 발음 그대로 적은 것으로 한글 ‘계’와 모양이 비슷하다. 지난 2020년 첫 사업장이었던 계림동의 ‘계’를 상호명에 넣었는데 개업 당시 ‘7=11’이라고 적힌 숫자 간판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방문했다.

사업 초기에 재정 부담을 느낀 정 대표는 6개월간 아버지와 함께 매장 인테리어 등을 ‘셀프’ 시공했다. 이 기간 가게 앞을 지나가며 훈수(?)와 도움을 주던 주민들과 친해지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계림동 주민자치회의 협업 제안으로 마을 내에서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다.

마을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벽화를 그리고 주민역량 강화를 위한 미술 수업으로 점차 인지도가 생기자 광주·전남지역 초등학교에서 단체 수업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점점 인원이 늘어 매장에서 수용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출강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 잘될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나주 빛가람동에 2호점 ‘그리얼’을 열어 공공기관 출강과 공간 대관사업을 야심차게 계획했으나 개업 4개월 만인 7월에 마음이 무너지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당시 내린 폭우로 사업장 내 미술 용품과 디자이너 제품 등이 침수돼 3천여만 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해 큰 충격을 받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발품을 팔아 계림동과 빛가람동의 사업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현 대의동 사업장을 우연히 발견했고 이곳에 둥지를 튼 후 다양한 사업 제안이 들어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정대표는 미술 치료가 필요한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재능기부 봉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플리마켓 수익은 동구지역아동센터에 전액 기부할 예정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도 열중하고 있다.

그는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이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결국은 사람을 통해 기회가 오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광주시나 구청의 지원 사업을 비롯해 청년창업가, 선·후배, 지인들 모두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2억여 원의 매출 성과를 올린 정 대표는 아동 소근육 발달을 위한 미술 키트 수출 판매 등을 통해 올해에는 ‘5억 매출’을 달성하고 치른시빌을 광주에서 최고로 꼽히는 미술 교육 현장으로 만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광주·전남 청년창업가들이 ‘핀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저연차 창업가들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져 좋다”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어떤 질문이든 던질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모임들을 지자체에서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참새가 먹을 것을 찾아 방앗간에 오는 것이 당연하듯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성공한 선배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며 “관심 있는 분야에 성공한 창업가가 있다면 다가가 적극적으로 묻고 배우려 할 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