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소자(小字)는 귀농(歸農), 자는 미용(美庸), 송포(頌甫)이다. 호(號)는 삼미(三眉), 사암(俟菴), 다산(茶山), 탁옹( 翁), 태수(笞 ), 자하도인(紫霞道人), 철마선인(鐵馬仙人), 문암일인(門巖逸人)으로 불렸으며, 당호(堂號)는 여유당(與猶堂), 천주교명은 요안이다. 다산은 1762년(壬午年) 경기도 광주군 초부면 마현리에서 태어나 1836년 75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산은 그의 두 번째 유배지인 전남 강진(康津) 귤동(橘洞)의 뒷산 이름을 딴 초당(草堂)에서 유래됐다. 다산은 진주(晉州) 목사(牧使)로 순직한 압해(押解) 정씨 재원(載遠)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외가는 해남(海南) 윤(尹)씨로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후예인 공재(恭齊) 윤두서(尹斗緖)의 외증손이다.

다산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다니며, 본인 스스로 목민관으로서 직접 목도한 백성들의 어렵고 힘겨운 삶이 그의 행정과 제도개혁에 대한 저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산은 평생토록 정치·경제·인문·자연·과학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 500여권에 이르는 저서를 남겼는데, 대부분 18년간의 유배생활 동안 집필했다. 힘든 유배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집필 및 저술에 전념한 이유는 단순한 학문적 열정이나 지식의 탐구가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학(實學)의 학문적 성과를 이론적으로 집대성하고자 하는 그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산의 대표적 저술로 평가되는 일표이서(一表二書)인 경세유표(經世遺表·1817년), 목민심서(牧民心書·1818년), 흠흠신서(欽欽新書·1819년) 중 목민심서는 전남 강진현(康津縣) 유배 중에 완성됐는데, 목민심서는 목민관으로서 치민(治民)에 관한 도리를 기록한 저서로 책의 이름을 목민심서라고 한 이유를 다산은 “목민할 마음만 가졌지, 몸소 시행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목민심서는 다산의 실제적인 행정관료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특히 그의 백성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목민심서는 고금의 여러 문헌에서 지방장관의 사적을 정리해 백성에 대한 도리를 논한 책으로 농민의 실태, 서리(書吏)의 부정, 토호(土豪)의 작폐(作弊), 지방 관헌의 윤리적 각성 등과 조선후기 조세제도의 개혁에 대한 그의 견해와 조세사상을 담고 있다.

특히 다산은 목민심서에서는 당시 조세행정에 관한 상세한 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위표(經緯表)를 소개하고 그 활용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 경위표는 겸암(謙菴) 유운룡(柳雲龍·1539년-1601년)에 의해서 먼저 고안된 것으로 보여진다. 겸암은 임진왜란의 역사적 기록인 징비록(懲毖錄)으로 유명한 서애(西厓) 유성룡(成龍)의 형으로 퇴계(退溪) 문하에서 공부를 했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자라서는 경문(經文)에 두루 통했다고 한다.

겸암 역시 다산처럼 백성의 입장에서 그들의 곤핍한 삶을 해결하려고 부단히 애쓴 것으로 보여지며, 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경위표들은 투명한 세정관리를 위한 조세정책적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호전(戶典)에서 특별히 겸암의 인동(仁同) 현감(縣監) 재임 중의 경위표 활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 시행 중단에 대하여 개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다산의 저서에서 보이는 크고 작은 경위표들은 겸암의 제안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당시 이 제도가 제대로만 시행됐다면 조선 후기 삼정(三政)의 문란 등 전세(田稅)제도의 부정을 막는 데에 큰 공헌을 하였을 것이나,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이처럼 다산은 경세치용(經世致用)과 사회개혁의 의지와 구상의 꿈과 뜻을 학문의 영역에서나마 실천하고 완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유배지에서 돌아온 다산을 정조(正祖)는 목민심서에서 제시한 실학사상을 실제 경전정책(經田政策)의 책임자로 등용하기 위해 추천했으나, 당시 정승이었던 서용보(徐龍輔)가 강력하게 저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때 만약 정약용이 등용됐다면 경위표와 같은 다산의 많은 정책들이 백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 크게 쓰임을 받았을 것이나 그렇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충돌과 이해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제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제안들이 과연 얼마나 깊은 고민의 과정에서 미래를 보는 혜안과 통찰력을 통해서 결정된 것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문득 목민심서를 통한 다산의 봉공애민(奉公愛民)의 정신을 떠올리며,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 발견하고, 역사 속 선현들의 숭고한 사상을 돌이켜 봄으로써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