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색 그리고 광주의 역사를 반영하는 ‘판소리’를 은유로 흥미로운 전시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를 발표했다. 이날 자리에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을 비롯해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30개국 73명 작가가 참여해 동시대의 복잡성을 그려낸다.

작고 작가들 작품이 일부 포함됐던 예년 전시들과는 달리 이번 본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모두 생존 작가로, 대다수 작품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

부리오 감독은 “모든 대륙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남성 작가 30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 작가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작품이 단지 전시된다는 느낌보다는 한데 모여 소통하고 서로 관계를 이루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시퀀스를 이용해 구성되며, 각 층은 주제에 맞는 분위기와 목적으로 꾸며진다.

이어 부리오 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걸어다니면서 볼 수 있는 ‘오페라’라고 정의하고 싶다. 다양한 작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잘 어우러지면서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며 “작가들이 공간과 소리, 음악과 이미지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이를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구현해낼 것이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 공간은 도시의 밀집된 삶의 공간을 구현하듯 밀도있게 채워질 예정이다.

아몰 K. 파틸作 ‘도시 사이의 선’

이곳에서는 인도 작가 아몰 K. 파틸이 ‘카스트 제도’에 착안한 작품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불가촉 천민 신분인 ‘달릿(Dalit)’ 계급에 주목, 공간의 정치성을 이야기한다. 인종·종교 문제를 다루는 미국 출신 캔디스 윌리엄스, 조각과 퀴어라는 두 개 축을 통해 신체성과 촉각성을 강조하는 한국 작가 최하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2층은 공간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구현된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또 자연이 산업화되는 변화를 담아낸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중국 작가 쳉 신하오는 걸어다니는 여정을 촬영한 비디오 영상 작품을 통해 길의 층위와 역사를 가로지른다. 크로아티아 출신 작가 도라 부도어는 뉴욕 맨하탄의 작은 공원 ‘리틀 아일랜드’의 자연 일부가 인공적인 조형물로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쳉 신하오作 ‘층위와 표석’

도라 부도어作 ‘수동적 여가’ 스틸컷

인간과 동식물 등 살아있는 여러가지가 서로 연결돼 한 곳에 얽힌 모습을 탐색하는 듯한 전시 공간도 마련된다.

공상과학영화와 같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 간극이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이예인 작가 작품, 땅의 지질과 소리의 관계를 탐험하는 베트남 작가 성 티우의 커미션 작품, 인간과 자연 간 재앙적인 관계를 작품 속에 녹여내는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설치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作 ‘트랜스퍼 스테이션, 해머 프로젝트’

제주도의 한 동굴을 하나의 소리 기술로 그려나가는 권혜원 작가, 인간과 광물 관계를 작품으로 담아낸 남아공 출신 작가 비앙카 본디, 사막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나타낸 오스왈도 마시아 작가도 전시에 함께 한다.

권혜원作 ‘포탈의 동굴’을 위한 리서치 이미지

나머지 두 개 층에서는 관계의 측면을 다루는데, 우주 같이 굉장히 큰 존재부터 아주 작은 분자까지 다루며 ‘샤머니즘’과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러시아 출신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활동 중인 소피아 스키단은 지역성을 띤 기이한 퍼포먼스를, 미국 작가 존 도웰은 추상적 형태의 악보를, 자메이카 출신 도미니크 노울스와 프랑스 작가 마르게리트 위모, 한국의 박미미 작가 등은 분자적 수준의 미세한 영역을 탐구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외부 전시장으로 활용될 양림동에서는 두 개의 비디오와 설치물로 특별 제작된 피아노를 통해 생명체를 탐구하는 마리나 로젠펠드, 전통음악의 역사적 측면에 관심 갖는 한국의 김영은 작가 작품을 비교해서 관람해보면 좋다.

김영은作 ‘오선보 이야기’

광주에서는 커뮤니티 가드닝을 작업 소재로 활동하는 김자이 작가와 게르마늄 수혈을 통해 식물에 대한 수학적인 리서치를 진행하는 김형숙 작가 두 명이 본전시에 참여한다.

부리오 감독은 “소리와 회화, 사진 등 각기 다른 매체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전시장을 만나보게 될 것”이라며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가는 하나의 생태계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