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옷을 입는다. ‘옷’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지만 ‘패션’은 왠지 모르게 ‘잘’ 입어야 할 것만 같은 중압감을 준다. 우리는 옷 속에 살며 어떤 옷을 입을지 평생 고민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옷은 무엇일까.

우리가 입은 ‘옷’이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 발간됐다.

패션 컨설팅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홍익대 겸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정연이 디자이너의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에코리브르刊)이다.

어린 시절부터 옷 만들기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관련 전공을 택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된 그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세계적 명품과 우리나라 유수 패션 기업부터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까지 디자인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그렇게 접한 패션 산업의 민낯과 가치관의 충돌, 파리 유학을 떠나 현재 홍익대 학생들에게 패션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기까지 보낸 고민과 배움의 시간을 패션의 역사와 함께 들려준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먼저 ‘태초에 옷이 있었다’에서는 역사에 남을 호모 사피엔스의 바늘 발명부터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리틀 블랙 드레스’, 청바지, 줄무늬 티셔츠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옷 입은 사람들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2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변천사와 이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다. 기쁨과 행복을 주는 패션의 이면에는 전쟁, 착취, 차별, 탄압, 사치와 같은 그늘이 숨어 있다.

3부 ‘패션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서는 제목 그대로 껄끄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패션의 단면을 다룬다.

일례로 미에 대한 사회 통념에 맞춰 몸을 졸라매는 코르셋은 수백 년 동안 여성을 옷 속에 가뒀다. 여성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바지를 입고 처음 거리에 나섰을 때 사람들은 이들을 손가락질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 여성들은 한복 대신 일본식 ‘몸뻬’를 강요당하기도 했다.

현재 패션 산업은 더 큰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저개발 국가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모피와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며, 실제로는 환경을 위한 패션이 아닌데도 그런 듯 위장하는 그린워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입을 것인가’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의 레트로 혹은 뉴트로 유행을 보면 유행은 영원하지 않으며 돌고 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절제하는 우아함을 추구한 댄디들, 새로운 방식으로 살고자 하는 힙스터의 역사와 무분별하게 새로움을 추종하는 것의 문제점, 아름다움과 가치를 식별할 수 있는 좋은 취향, 명품의 역사와 속성, 한국과 프랑스에서 경험한 명품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패션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저자는 “이 책이 옷과 옷 입은 인간에 대한 생각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금 내가 입은 옷이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또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한다면 조금 더 풍요롭고 충만한 삶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