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의 '문화터치']간송 전형필과 백남준작품 소장가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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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21(목) 19:47 가+가-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소장가 하면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떠오른다. 일제 강점기 시절, 뭉칫돈을 주고 귀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거둬 들였던 이다. 조선의 거간꾼, 일본의 소장가들을 찾아다니며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사들이곤 했다. 때로는 일본까지 가서 이미 반출된 문화재를 몇 배나 더 주고라도 되사오기를 부지기수로 행했다. 간송은 스물 네 살 어린 나이에 만석꾼의 재산을 물려받은 거부였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토대로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구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 시절 살아내느라 미처 문화와 정신을 챙길 겨를이 없던 와중에 그이는 그렇게 문화재 사랑에 빠졌었다. 그의 행보는 오늘날 세계로 뻗어나가는 K-한류의 뿌리가 된 것임이 틀림없다.
간송의 사례에서 보듯 문화재와 미술품 소장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개인의 취향으로 시작했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 문화적 힘을 갖고 있기에 사회적, 국가적 위상을 갖게 한다. 여기, 백남준 작품을 줄기차게 콜렉션해 온 소장가가 있다. 김수경 회장(우리들 그룹)이 그이다. 백남준은 ‘빅 자이언트’로 통하는 미디어아트의 레전드, 그 거장의 작품을 모아 백남준특별전의 80%에 해당하는 작품을 무료로 임대한 김회장,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광주에서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G·MAP 미디어아트 라운지에서 작품의 소장과 관련한 귀한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그가 백남준이란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84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관에서다. 전시 작품을 통해서 ‘Korea Born, America Artist’라는 설명어에 꽂혔다. “한국인이라고?” “부서진 피아노라, 이게 미술 맞어?” 의구심이 들었다. 이후 퐁피두센터를 드나들며 백남준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퐁피두센터의 백남준 ‘second generation’이란 2주간 세미나에 참가했다. 1980년대 중반 프랑스에 머물던 때의 이야기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백남준의 판화작품 한 점을 구입하게 된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미학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그 작품을 구입한 것을 계기로 백남준에게로 가는 거리가 좁혀짐을 알 수 있었단다.
1999-2000년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백남준 회고전에 관한 사연이다. 김회장이 90년대 뉴욕에서 몇 년간 지내던 때, 자신의 아파트와 백남준의 거처가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였더랬다. 이러저러해서 백남준과 간간이 만나는 사이가 됐고 우연찮게 구겐하임미술관장, 백남준 등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백남준의 당시 꿈은 구겐하임미술관 전관 전시회를 하는 거였다. 평소 왜 백남준과 같은 거장이 구겐하임에서 전시회를 하지 못 할까 하는 의구심이 강했다. 그 때 구겐하임 관장이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백남준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전시회를 열 수 없다고, 만약 전시회를 열게 되면 130만불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미술관으로선 단 10불도 손해를 볼 수 없기에 130만달러의 개런티를 보증하면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화가 치밀었다. 김회장은 그 보증을 자신이 하겠다고 배짱있게 나섰다. 지금, 전설로 남게 된 백남준의 구겐하임미술관 전관 전시는 그렇게 해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로도 사연은 계속된다. 2차 지불금 기간이 IMF 기간과 맞물렸다. 환율변동으로 인해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당초의 배짱을 살려 끝내 약속을 지켰다.
문화재와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통 큰 배짱에 있어서 간송과 김회장은 유사해 보인다. 그 엄혹했던 시절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문화재를 지켰던 간송도, 돈이 되는 콜렉션보다는 단순히 꽂혀서 하게 된 김회장도 일반인으로선 내지르기 힘든 두둑한 배짱과 자신만의 확고한 미학이 있었던 거다. 간송이 그렇게 지켜낸 문화재는 상당수 국보급에 해당한, 일본에 빼앗겼다면 우리 땅에서 구경도 못 했을 귀한 것들이다. 간송 미술관은 1년이면 봄, 가을 두 차례 기획전을 열어 그 귀한 것들을 구경시켜 준다. 그것도 무료로. 김회장이 현재 제주도에 건립 추진 중인 백남준 미술관도 그 비슷하게 운영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칫 백남준의 작품을 아부다비나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우리 땅에서 자유로이 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수집은 혼자 외롭게 했을지라도 그걸 누리는 일은 우리 ‘모두 함께’ 일 것이다. 그게 K-한류를 더욱 튼실하게 해줄 것이다. 백남준 작품이 아부다비 또는 다른 데로 흘러가지 않아야 할 이유다.
그가 백남준이란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84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관에서다. 전시 작품을 통해서 ‘Korea Born, America Artist’라는 설명어에 꽂혔다. “한국인이라고?” “부서진 피아노라, 이게 미술 맞어?” 의구심이 들었다. 이후 퐁피두센터를 드나들며 백남준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퐁피두센터의 백남준 ‘second generation’이란 2주간 세미나에 참가했다. 1980년대 중반 프랑스에 머물던 때의 이야기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백남준의 판화작품 한 점을 구입하게 된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미학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그 작품을 구입한 것을 계기로 백남준에게로 가는 거리가 좁혀짐을 알 수 있었단다.
1999-2000년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백남준 회고전에 관한 사연이다. 김회장이 90년대 뉴욕에서 몇 년간 지내던 때, 자신의 아파트와 백남준의 거처가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였더랬다. 이러저러해서 백남준과 간간이 만나는 사이가 됐고 우연찮게 구겐하임미술관장, 백남준 등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백남준의 당시 꿈은 구겐하임미술관 전관 전시회를 하는 거였다. 평소 왜 백남준과 같은 거장이 구겐하임에서 전시회를 하지 못 할까 하는 의구심이 강했다. 그 때 구겐하임 관장이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백남준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전시회를 열 수 없다고, 만약 전시회를 열게 되면 130만불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미술관으로선 단 10불도 손해를 볼 수 없기에 130만달러의 개런티를 보증하면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화가 치밀었다. 김회장은 그 보증을 자신이 하겠다고 배짱있게 나섰다. 지금, 전설로 남게 된 백남준의 구겐하임미술관 전관 전시는 그렇게 해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로도 사연은 계속된다. 2차 지불금 기간이 IMF 기간과 맞물렸다. 환율변동으로 인해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당초의 배짱을 살려 끝내 약속을 지켰다.
문화재와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통 큰 배짱에 있어서 간송과 김회장은 유사해 보인다. 그 엄혹했던 시절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문화재를 지켰던 간송도, 돈이 되는 콜렉션보다는 단순히 꽂혀서 하게 된 김회장도 일반인으로선 내지르기 힘든 두둑한 배짱과 자신만의 확고한 미학이 있었던 거다. 간송이 그렇게 지켜낸 문화재는 상당수 국보급에 해당한, 일본에 빼앗겼다면 우리 땅에서 구경도 못 했을 귀한 것들이다. 간송 미술관은 1년이면 봄, 가을 두 차례 기획전을 열어 그 귀한 것들을 구경시켜 준다. 그것도 무료로. 김회장이 현재 제주도에 건립 추진 중인 백남준 미술관도 그 비슷하게 운영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칫 백남준의 작품을 아부다비나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우리 땅에서 자유로이 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수집은 혼자 외롭게 했을지라도 그걸 누리는 일은 우리 ‘모두 함께’ 일 것이다. 그게 K-한류를 더욱 튼실하게 해줄 것이다. 백남준 작품이 아부다비 또는 다른 데로 흘러가지 않아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