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맞아 광주극장이 독창적인 미학을 담고 있는 독립영화 상영작들을 소개한다.

먼저 오는 27일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개봉한다.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는 부녀의 작은 마을에 갑작스레 글램핑장 건설을 위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드라이브 마이 카’ 음악 감독이었던 이시바시 에이코가 라이브 퍼포먼스용 영상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의뢰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다음달 3일에는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굴꾼 아르투가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기묘한 모험을 다룬 드라마 ‘키메라’가 스크린에 오른다. 202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더 원더스’(2014)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행복한 라짜로’(2018)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신작이다.

같은 날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된 영화 ‘라스트 썸머’가 관객들과 만난다.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 ‘테오’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 ‘안느’의 위험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로망스’, ‘팻 걸’, ‘미스트리스’ 등 에로티시즘을 탐구하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로 씨네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신작이다. 개인의 욕망과 금기는 물론 가족의 본질에 대해서도 다채로운 통찰을 전하며 카이에 뒤 시네마 2023년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거장 스즈키 세이준을 조명하며 그의 작품 중 탐미주의적 미학이 정점에 달했다고 평가되는 ‘다이쇼 로망 3부작’도 오는 28일부터 4월10일까지 상영된다. 이 3부작은 1950-1960년대 그의 영화 모토였던 전복성보다는 낭만주의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절제된 성숙한 영상미가 빛나는 그의 1980년대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그를 일본을 대표하는 비주얼 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서보형 감독의 비주얼 서스펜스 작품 ‘벗어날 탈 脫’도 지난 15일부터 상영 중이다. 죽기 전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영목’과 작품을 위해 영감을 기다리는 ‘지우’ 앞에 드러난 미스테리한 번뇌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두 인물의 번뇌와 고뇌를 강렬한 색감과 미장센으로 표현해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교차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오는 23일 오후 3시에는 영화를 연출한 서 감독과 임호준·위지원 배우를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GV) 시간도 갖는다.

한편 상영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 062-224-5858.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