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일상을 저만의 시각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부지불식간에 흘러간 그간의 삶들을 되돌아보고 매 순간 경이로운 기적과도 같은 소중한 시간을 담아내고자 했죠.”

류재준(사진) 전 광주시 균형발전 전문위원이 첫번째 수필집 ‘삶은 그냥 견디는 것이다’(북랩刊)를 펴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번 수필집은 저자가 4년 여에 걸쳐 기록한 글을 엮어 완성한 결과물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사회·정치·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일상 속에서 매일 틈틈이 열줄쓰기를 해오며 적어낸 글들입니다. 세월이 지나고 계절이 흘러가며 떠오르는 심상이나 삶의 흔적들을 비롯해 지역의 소상한 이야기 또한 다루고 있어요.”

책 속에서는 그 옛날 정겨웠던 초가지붕과 동식물로 풍성했던 시골 냇가가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산업화 과정 속 사라졌던 아름다운 온갖 것들이 고향 마을에 대한 그리움, 향수를 자극한다.

도시정책과 지역개발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이기에 책에는 자연스럽게 광주의 역사와 지역 담론 등 내용도 언급된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작가는 광주를 향한 애정 어린 제언을 아낌없이 건넨다. 급속도로 성장한 탓에 현대사회 도시가 물리적 기능성과 정서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그 해결법을 시민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의 글 중에는 세대 간 다양한 간극을 화두로 삼은 부분도 있다. 그는 기성 세대와 MZ세대 사이 사고와 행동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다정한 문체로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특히 이 책은 단문 위주로 쓰여 누구나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낱말 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메모해 간직해도 좋을 정도로 갈고 닦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봄도 겨울이 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은 변화무쌍합니다. 누구에게나 긴 기다림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일상 속 글쓰기를 펼쳐나가고 싶어요. 이렇게 차근차근 글을 써내려가며 언젠가는 소설 한 편 펴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한편 류재준 저자는 전남대 도시·지역개발학 박사를 졸업했으며 광주시 균형발전 전문위원, 호남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저서로는 ‘류재준의 서평독서’, ‘류재준의 인생독서’ 등이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