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71코스는 고흥반도 서쪽해변을 걷게 되지만 녹동에서 11㎞ 정도는 내륙길이다. 녹동버스공용정류장 옆 녹동식자재마트 앞에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둑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녹동의 건물들이 어서 가라 손짓한다. 앞에서는 녹동고등학교 건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녹동고등학교는 비봉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녹동고등학교 앞을 지나 차경마을길을 따라서 간다. 차경마을은 비봉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봉산(218m)은 낮은 산이지만 녹동의 주산이다. 비봉산을 가운데 두고 녹동을 비롯해 차경 안평 대봉 동봉 매동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비봉산은 동쪽에서 볼 때는 원뿔처럼 뾰족하게 보이지만 북쪽에서는 완만하게 보인다.

녹동현대병원 앞을 지나 농로를 따라 걷는데 넓은 들판 뒤로 고흥의 높고 낮은 산들이 실루엣을 이루고 있다. 비봉산은 지척에서 듬직하게 들판을 감싸준다. 유정마을 방향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관찰사 서상정 만추적사비(觀察使 徐相鼎 萬秋逈思碑)라 쓰인 오래된 비석을 만난다. 전라북도 김제 금구향교 앞에도 철제로 된 ‘관찰사 서상정 영세불망비’가 있다. 서상정은 조선조 철종 때 성균관대사성, 고종 때 전라도관찰사 형조판서 공조판서 등을 지낸 인물이다.

남파랑길은 유전마을과 가까운 농로를 따라 이어진다. 텅 빈 들판은 봄까지 긴 휴식을 취한다. 농로에서 군내버스가 다니는 구 도로에 올라서니 ‘도양중학교기념비’가 서있다. 지금은 해조류바이오에탄올연구센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이 자리에 도양중학교가 있었다. 도양중학교는 1970년 2월 폐교되고 녹동중학교로 합쳐졌다. 도양초등학교도 이 마을에 있었다.

이곳은 행정마을명이 관리(官里)인데, 조선조까지 도양현(道糧縣)의 치소였고 후에 도양면소재지가 되었다. 도양면사무소는 녹동으로 이전하고, 1973년 도양읍으로 승격했다. 옛 도양중학교 터에는 폐교되기 전에 사용되던 교실 중 일부가 남아있다.

도덕면소재지에 도착하니 앞쪽에 도덕저수지가 자리하고, 도로변으로 여러 관공서와 상가가 깔끔하게 자리했다. 도덕우체국을 지나 왼쪽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 안쪽에 도덕초등학교가 방학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회룡마을 입구를 지나 고흥만방조제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를 따라서간다.

장동마을 가는 길로 들어서려는데 10m 전방 언덕 위에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느티나무는 두 개의 줄기가 높이 솟으면서 부채꼴 모양이 되었다. 가늘디가는 가지를 수없이 만들어 푸른 하늘에 수놓았다. 맨 몸을 드러낸 나목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길을 걷다보면 유자의 고장답게 곳곳에서 유자나무 밭을 만날 수 있다. 따뜻한 고장이라 마늘밭도 자주 목격된다. 월동배추가 추위를 이겨내며 밭에 그대로 남아있다. 고흥반도 남쪽 땅은 한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여 월동배추를 재배하기에 제격이다.

텅 빈 농경지 너머로 득량만이 바라보인다. 득량만은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사이에 드넓게 형성됐다.

이제부터 남파랑길은, 고흥구간은 물론 보성 장흥 땅을 밟을 때까지 득량만과 함께 할 것이다. 해변에서는 소나무들이 나란히 서서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바다 안쪽 논에서는 고니들이 우아하게 노닐고 있다. 하얀 털에 길고 가는 목을 가진 고니는 주로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오는 철새다.

바다 안쪽 논에서는 고니들이 우아하게 노닐고 있다. 하얀 털에 길고 가는 목을 가진 고니는 주로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오는 철새다.

푸르고 잔잔한 바다가 한없이 평화롭다. 득량만 건너편으로 보성 율포가 까마득하게 바라보인다. 율포 뒤쪽에서는 일림산에서 활성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하늘과 경계를 이뤘다. 해변 언덕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왼쪽에서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고, 오른쪽에서는 넓은 들판과 고흥반도에 솟은 산봉우리들이 포근하다.

타원형을 이룬 당남해변은 800m 가까운 백사장을 이뤘다. 당남해변에서는 득량만 입구에 떠 있는 섬 득량도가 가깝게 바라보인다. 득량도는 해안선 길이 6.5㎞에 이르는 작은 섬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구했다고 해 득량도(得粮島)라고 불렀다 한다.

여자만에 여자도가 있듯이 득량만에는 득량도가 있다. 이들 섬 이름에서 만(灣)의 이름도 비롯됐다. 득량도 뒤로 장흥과 보성의 산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진다.

여자만에 여자도가 있듯이 득량만에는 득량도가 있다. 득량도 뒤로 장흥과 보성의 산봉우리들이 길게 이어진다. 바다와 어울린 내륙의 산줄기는 자연이 창조한 아름다운 산수화다.

바다와 어울린 내륙의 산줄기는 자연이 창조한 아름다운 산수화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땅으로 둘러싸인 득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땅은 마주보고 있지만 득량만이 가로막아 서로를 그리워할 뿐 만나지 못한다. 해변길을 걷다가 주변야산 임도를 따라 걷기를 반복한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땅으로 둘러싸인 득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고흥반도와 보성 장흥 땅은 마주보고 있지만 득량만이 가로막아 서로를 그리워할 뿐 만나지 못한다.

한적마을에서 용동마을로 넘어가는 도로에서는 고흥호와 고흥만간척지가 드넓게 바라보인다.

고흥만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동쪽과 남쪽 멀리 보이는 산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갔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용동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마을 앞으로 득량만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한적마을에서 용동마을로 넘어가는 도로에서는 고흥호와 고흥만간척지가 드넓게 바라보인다. 고흥만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동쪽과 남쪽 멀리 보이는 산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갔다고 한다.

용동마을은 득량만을 사이에 두고 보성 율포와 마주보고 있다. 장흥 억불산에서부터 보성 일림산 활성산 같은 산들이 긴 산줄기를 이어가면서 득량만을 감싸주어 바다는 한없이 포근해 보인다.

용동마을은 득량만을 사이에 두고 보성 율포와 마주보고 있다. 장흥 억불산에서부터 보성 일림산 활성산 같은 산들이 긴 산줄기를 이어가면서 득량만을 감싸주어 바다는 한없이 포근해 보인다.

용동마을길을 지나 해변으로 나아간다. 1㎞ 가까이 되는 해변은 백사장을 이루는데, 지금은 만조가 돼 대부분의 모래밭이 바닷물에 잠겨버렸다. 백사장 안쪽은 송림을 이뤄 용동마을에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여름철 한적하게 해수욕을 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용동해수욕장이다.

용동해수욕장 남쪽과 북쪽 끝에는 방파제를 겸한 접안시설이 있어 작은 배들이 정박돼 있다. 남파랑길은 용동해변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고흥만방조제로 향한다.

해변길을 걷고 있으면 천천히 다가왔다 느리게 빠져나가는 파도가 고요한 음악을 들려준다.

고흥만수변노을공원에는 해변캠핑장과 물놀이장, 축구장 같은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공원 아래 해변에도 타원형 백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북쪽으로 바위 봉우리를 이룬 보성 오봉산과 주변 산줄기가 여전히 득량만과 행복하게 어울린다.

고흥썬밸리조트와 함께 고흥만수변노을공원이 다가온다. 고흥만수변노을공원에는 해변캠핑장과 물놀이장, 축구장 같은 체육시설이 마련돼 있다. 공원 아래 해변에도 타원형 백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북쪽으로 바위 봉우리를 이룬 보성 오봉산과 주변 산줄기가 여전히 득량만과 행복하게 어울린다. 배수갑문을 지나 고흥만방조제공원에 도착했다. 안쪽으로는 고흥호라 불리는 담수호가 자리하고, 바깥쪽은 득량만 바닷물이 출렁인다. 종종 철새들이 높이 날았다가 물위에 앉곤 한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71코스는 고흥반도 남서쪽 끝에 자리한 녹동에서 득량만을 서쪽에 두고 북쪽으로 걷는 길이다. 녹동에서 11㎞ 정도 내륙을 따라 걸은 후부터 해변길을 걷게 된다.
※코스 : 녹동버스공용정류장→녹동고등학교→차경마을→원동마을→도덕우체국→장동마을→당남해변→용동해변→고흥만방조제공원
※거리, 소요시간 : 21.8㎞, 5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녹동버스공용정류장(고흥군 도양읍 천마로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