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 전에 어른에게 귀한 음식을 보내거나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음식을 보내는 풍습이 있다. 그 대표적인 식재료로 쌀, 술, 어물(魚物), 고기류, 꿩, 달걀, 곶감, 김 등이 있다. 설날 차례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차려내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는 떡국, 세주, 족편, 각종 전유어, 각종 과정류(菓 類), 식혜, 수정과, 햇김치 등을 만들어 먹었다. 그때 즐겨 먹었던 음식 중 전(煎)은 식재료를 얇게 저며 밀가루와 달걀로 옷을 입힌 다음 기름에 지진 음식으로 전유어(煎油魚)·전유화(煎油花)·저냐·전·지짐개·간남(肝南)으로도 불렸다.

1. 전(煎)의 정의

전은 부침개 또는 지짐이로 부른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생선이나 살코기, 채소 등 식재료 등을 얇게 저며 기름에 지져내는 음식이다. 전(煎)은 앞 전(前)자, 아래쪽에 불 화(火)가 들어간 글자로 ‘달이다’, ‘지지다’, ‘졸이다’라는 뜻이 있다. 또한 ‘저냐’란 말도 같은 뜻으로 한자에서 유래되었으며, 궁중에서는 ‘기름에 지져낸 꽃’이라 하여 ‘다양하게 부친 전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전유화(煎油花)’라고도 쓴다. ‘전유어’라고도 읽었는데 전이라 쓰지 않고, 굳이 전유어라고 사용한 것은 그 당시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여민락(與民樂)의 정신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수분:守分) 유교적 신분질서를 중시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음식 명칭에도 차이를 둔 것으로 사료된다. 보통은 ‘저냐·전·지짐개’라고 부른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부침개’, ‘전’, ‘지짐’, ‘지짐이’ 등으로 부르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빈대떡, 부산은 동래파전, 경상북도는 배추전, 경상도의 가자미전, 전라도 그리고 광주의 육전 등 음식 종류가 유명하다.

2. 전(煎)의 문헌

고려 시대부터 전통으로 내려오는 풍습으로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면 아낙네들이 개울가나 꽃나무 아래 모여 찹쌀가루로 반죽을 하여 위에 꽃잎을 올려 장식해서 전을 지져 먹은 것을 화전놀이라 전하고 있다.

조선 말기 음식을 조리법에 따라 분류·정리하여 편찬한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 제물부’에서 ‘전유어를 제수(祭需)로 쓸 때에는 간남(肝南)이라 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간남(肝南)은 ‘어동육서’로 표현되는 상차림으로 좌간남(左肝南)·우간남(右肝南)으로 좌측에는 육남(肉南:갈비찜, 수육, 육탕 등)을 우측에는 어남(魚南:조개전, 멸치전, 합탕 등)을 놓았으며 또한, 손님상 남쪽에 차려지는 중요한 밥과 반찬을 말하기도 하며, 간남(肝南)은 간 적의 남쪽에 놓이므로 붙여진 명칭이라고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최초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달군 철에 기름을 붓고, 녹두가루 반죽을 부쳐 먹는 ‘빈쟈법’에서 유래했다’고 기록돼 있으며,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가 저술한 조선시대 생활백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음식디미방의 ‘빈쟈법’과 ‘빙쟈’가 등장하는데 조선시대 고급요리 음식으로 두 조리법 모두 팥소나 밤소에 꿀을 넣어 만든 요리이다’고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흉년이 들어 굶주린 백성과 유랑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숭례문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자 어떤 부잣집에서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빈대떡을 만들어서 소달구지에 싣고 와 ‘○○집의 적선이오!’라고 나눠주면서 그때부터 이름이 ‘빈자(貧者) 떡’, 일명 ‘가난한 이들을 위한 떡’이라고 불렀다고 전하고 있다.

3. 전(煎)의 종류

1) 육전(肉煎)

육전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든다. 소고기는 연하고 부드러운 부채살이나 홍두깨살을 주로 이용하며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등심이나 목살, 앞다리살 등 부위를 기호에 따라 이용한다. 얇게 포를 떠 천일염이나 간장 등으로 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져내는 요리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명절 음식이다. 익히면 더욱 부드러워지는 육전은 궁궐뿐 아니라 민가에서도 명절날이나 잔칫날, 제사 음식으로 만들어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며, 특히 주자가례(朱子家禮)를 표준으로 한 관혼상제의 사례(四禮)를 중시하였던 조선 후기에는 각종 예서(禮書)에 수록된 제물(祭物) 가운데 육전을 언급했다. 또한, 대표적인 실학자로 알려진 정약용이 저술한 ‘상의절요(喪儀節要)’에는 ‘주례(周禮)’의 이식과 삼식은 제수이며, 모두 쌀가루와 고기를 합하거나 섞어서 지져낸 것이다’고 전하고 있다. 요즘의 육전이나 어전이라 할 수 있다.

2) 산적꼬치전(散炙煎)

산적꼬치전의 산적(散炙)은 흩어질 산(散)자에 구울 적(炙)자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단어다. 산(散)의 의미로는 고기를 고르게 잘라서 산가지(꼬치)에 꿰어 사용한다는 의미와 잘 두드려서 흩어질 정도로 넓고, 부드럽게 만든다는 뜻이다. 적(炙)자는 고기를 직접 불 위에서 직화로 굽는 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 산적을 만들 때는 주로 프라이팬이나 번철(燔鐵: 달군 철판)에 ‘지지는’ 방식으로 굽는(炙) 것이 아닌 팬(煎)을 이용하는 육전(肉煎)에 가까운 요리로 만든다. 직화로 구운 고기 특유의 향기와 육즙, 불맛이 덜 느껴져 아쉬움이 있지만 조리하는 방법이 쉽고 간단해 편리하게 산적꼬치전을 만들어 먹고 있다.

3) 전유어(煎油魚)

전유어는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 여러 식재료를 얇게 저며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반상·면상·교자상·주안상 등으로 손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간장 또는 초간장을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육류를 이용하는 고기전으로는 완자, 살코기, 양(소의 위), 간(肝), 양지도(陽支頭:양지머리) 등이 많다. 또한, 어패류를 이용한 생선·패류전으로는 민어, 대구, 명태, 굴, 대합, 패주 등 비교적 지방이 없는 담백한 것을 사용한다. 채소류전으로는 호박, 풋고추, 연근, 더덕, 파, 배추, 두부, 양파, 김치 등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 2024년 아무런 탈 없이 지내고 계획한 모든 일이 다 이뤄질 수 있게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든 다양한 전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가족들 간 한 해 건강과 마음가짐을 다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계영·길식문화전략연구원대표>

●설 前 요리 조리법

-육전
▶식재료
소고기 등심 300g, 돼지 등심 300g, 대파 ½줄기, 고추 ⅓개, 밀가루 5큰술, 달걀 3개, 올리브오일 5큰술, 간장 1큰술, 후춧가루 약간
※ 초간장 : 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심은 키친타올이나 거즈를 이용해 핏물을 제거한 다음, 얇게 포를 떠 잔칼집을 넣고 간장과 후추로 밑간한다.
2. 대파는 안쪽 심을 제거하고 곱게 채를 썰어 찬물에 20분정도 담군 다음 물기를 제거한다. 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준비해둔다.
3. ‘①’의 손질된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준 다음 달걀물을 입혀준다.
4. 팬을 따뜻하게 한 다음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③’의 육전을 올려서 중불에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져서 익혀준다.
7. 접시에 ‘④’의 육전과 ‘②’의 대파, 고추를 예쁘게 담은 다음 초간장과 같이 곁들어 완성한다.


-산적꼬치전
▶식재료
소고기 우둔살 60g, 쪽파 4줄기, 맛살 3줄기, 느타리버섯 40g, 계란 2개, 밀가루 ½컵, 산적꼬치 3개, 잣 10개, 올리브오일 3큰술
※ 소고기 양념 : 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정종 1큰술, 다진파 ½큰술, 다진마늘 ½큰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작은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소고기 우둔살은 키친타올이나 거즈를 이용해 핏물을 제거하고 길이 7㎝, 폭 1㎝, 두께 0.5㎝ 정도 크기로 자른 다음 잔칼집을 넣어준다.
2. 소고기 양념장을 만든 다음 ‘①’을 넣어 버무려서 준비해둔다.
3. 쪽파, 맛살, 느타리버섯은 6㎝ 정도 길이로 썰어서 준비해둔다.
4.‘②’의 양념한 소고기를 팬에서 볶아 익힌 다음 꼬치에 ‘③’의 준비한 식재료를 골고루 꽂아서 준비해둔다.
5.‘④’의 산적꼬치에 밀가루를 묻힌 다음 달걀물을 입혀준다.
6. 팬을 따뜻하게 한 다음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⑤’의 산적꼬치전을 올려서 중불에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져서 익혀준다.
7. 접시에 ‘⑥’의 산적꼬치전을 예쁘게 담아서 고명으로 잣가루를 올려서 완성한다.


-전유어(생선전)
▶식재료
동태살 200g, 밀가루 3큰술, 달걀 2개, 홍고추 ½개, 쑥갓 약간, 올리브오일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2g, 후춧가루 약간
※ 초간장 : 간장 1큰술, 식초 1큰술, 물 1큰술,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동태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포를 뜬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적당히 뿌려 밑간을 해 준다.
2. 믹싱볼에 달걀을 잘 풀어 소금과 다진 마늘을 넣어 고루 섞고,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쑥갓은 조그맣게 뜯어 준비해둔다.
3. ‘①’의 동태살에 밀가루를 얇게 묻혀준 다음 ‘②’의 달걀에 동태살을 넣어 달걀옷을 입혀 준비해둔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③’의 달걀옷을 입힌 동태포를 올려 한쪽면이 노릇해지면 뒤집은 다음 홍고추와 쑥갓을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
5. 접시에 ‘④’의 동태전을 모양 있게 담아 초간장과 같이 곁들어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