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땅에 들어서니 후박나무 가로수가 길안내를 해준다. 풍양면으로 가는 2차선 도로에서는 후박나무 가로수가 정겨움을 더해준다. 후박나무 가로수길을 거쳐 남파랑길 70코스가 시작되는 백석마을에 도착했다.

백석마을 앞길을 따라 녹동으로 향한다. 마을 앞 텅 빈 논은 겨울바람을 맞고 있고, 논 뒤로 거금도와 금당도의 산봉우리들이 겹쳐서 다가온다. 도로 아래로 푸른 바다가 출렁인다. 고흥반도 남쪽 내륙과 거금도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는 오늘 걷는 내내 함께할 것이다. 거금도도 녹동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의 든든한 벗이 되어줄 것이다.

거금도는 고흥군에서 가장 큰 섬으로 도양읍 녹동리에서 남쪽으로 3.8㎞ 정도 떨어져있다.

녹동 앞바다에 있는 소록도에서는 1.6㎞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섬 가운데 적대봉이 우뚝 솟아 섬의 중심을 이룬다.

매곡마을 앞 해변에서 오마방조제로 접어든다. 방조제 안쪽으로는 드넓은 오마간척지가 펼쳐진다. 간척지는 농지와 함께 담수호도 만들어졌다. 호숫가에는 갈대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방조제를 따라 걷고 있으면 푸른 바다와 간척지가 양쪽으로 펼쳐진다. 남쪽 바다 멀리 지죽도가 바라보이고, 거금도 남동쪽에 있는 시산도도 모습을 드러낸다.

오마간척사업은 1962년 시작돼 1988년에 완공됐다. 방조제 공사를 시작해 간척지 매립공사를 마칠 때까지 장장 26년이 걸렸다. 고흥군 도양읍 도덕면 풍양면에 걸쳐있는 오마간척지는 1천70.4㏊로, 경지면적만 714.5㏊에 달한다.

오동도라는 아주 작은 섬은 제1호 방조제와 제2호 방조제를 연결한다. 제2호 방조제를 지나면 은전마을인데, 지금은 육지가 됐지만 간척사업 이전에는 오마도라는 섬이었다.

오마도 주변은 넓은 간척지 논이 확보됐고, 남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낮은 언덕에 올라서자 해변에 자리한 은전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은전마을 뒤쪽 임도를 따라가는데 서쪽으로 녹동의 건물들과 소록도가 바라보인다. 녹동 뒤로 장흥 천관산까지도 어렴풋하게 조망된다. 거금도가 바다 건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완도 금당도가 아기자기한 암봉을 보여준다. 내륙의 황토색 밭과 푸른 바다가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에 놓인 거금대교도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바다 위에 하얀색 거금대교가 서 있으니 그 모습이 선명하다. 2011년 개통한 거금대교는 2.3㎞에 이르는 긴 교량이다. 거금대교가 개통되며 고흥반도에서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까지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게 됐다.

2011년 개통한 거금대교는 2.3㎞에 이르는 긴 교량이다. 거금대교가 개통됨으로써 고흥반도에서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까지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게 됐다.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추모공원은 오마 제3호 방조제와 간척사업으로 확보된 드넓은 농경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자리했다. 방조제와 간척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한센인들의 좌절된 꿈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오마간척사업은 썰물 때면 뭍과 연결됐던 5개 섬, 고발도 분매도 오마도 오동도 벼루섬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에서는 오마방조제와 간척사업으로 확보된 드넓은 농경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1962년 정부는 오마도 인근 바다에 둑을 싸 새로운 간척지를 만들면 그 땅을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록도가 아닌 섬 밖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센인들은 불편한 몸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걷어 붙였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2년 넘게 간척공사에 매달렸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간척공사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간척지에서의 자립생활을 꿈꿨던 한센인들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오마간척사업은 소록도 한센인을 중심으로 쓴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추모공원에는 간척공사 당시 한센인들이 고되게 일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과 다섯 개의 섬을 상징하는 다섯 마리의 말이 비상하는 오마상이 있다. 간척사업 당시의 사진을 전시한 테마관과 오마간척사업의 작업도구와 작업방법들을 상상할 수 있는 공사현장 재연장도 있다.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에는 간척공사 당시 한센인들이 고되게 일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과 다섯 개의 섬을 상징하는 다섯 마리의 말이 비상하는 오마상이 있다.

남파랑길은 방조제와 77번 국도 오른쪽 농로를 따라서 간다. 1.5㎞가 넘는 방조제 안쪽에 만들어진 드넓은 농경지에서 한센인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오마 제3호 방조제를 지나 잠시 바닷가를 따라 걷는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면 기다란 방조제 뒤로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이 바라보이고 그 뒤로 천등산이 듬직하게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다. 근처 바다에서는 바지락을 양식한다. 거금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형성된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넓은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바닷가를 걷다가 낮은 언덕을 넘자 비봉산이 가깝게 다가오고, 비봉산 동남쪽에 매동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농로를 따라 걷는데 거금대교가 가슴에 안겨온다. 육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상송도라 불리는 무인도는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상송도 옆에는 손으로 움켜쥐어도 될 만큼 작은 하송도가 배처럼 떠 있다.

매동마을 뒤 상송도라 불리는 무인도는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상송도 옆에는 손으로 움켜쥐어도 될 만큼 작은 하송도가 배처럼 떠 있다.

작은 어항을 지나 녹동으로 들어선다. 녹동구항에는 어선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녹동구항은 1970년대부터 번창했는데 지금도 여행객과 수산물 도소매상으로 북적인다. 녹동항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수많은 어선들이 모여드는 남해안 대표항구 중 하나다.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활어, 선어를 비롯한 김, 미역, 다시마, 멸치 같은 해산물 집산지이다.

녹동구항은 1970년대부터 번창했는데 지금도 여행객과 수산물 도소매상으로 북적인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녹동구항 한 가운데에 있는 녹동바다정원으로 들어선다. 녹동바다정원은 면적 5천390㎡, 지름 80m, 둘레 251m의 조그마한 인공 섬이다. 원형의 인공 섬에는 정원과 바닥분수, 야외무대, 휴게쉼터, 각종 조형물 등을 갖추고 있다. 밤에는 오색 빛 화려한 조명으로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녹동바다정원은 면적 5천390㎡, 지름 80m, 둘레 251m의 조그마한 인공 섬이다.

녹동바다정원 전망대에 서니 녹동구항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소록도가 지척이다. 녹동에서 소록도를 연결한 소록대교도 바라보인다.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들어서 있다.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小鹿島)라 불린다. 섬의 면적은 여의도의 1.5배인 3.735.537.19㎡이며,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기념물 등이 잘 보존돼 있다.

녹동바다정원에서 녹동시가지를 따라 녹동전통시장과 도양읍사무소 앞을 지나는 길은 녹동구항 근처와 달리 한산하다. 남파랑길 70코스 종점인 녹동공용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가 따스한 기운을 전해준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70코스는 고흥반도 남쪽해안을 따라 걷는 길로, 거금도를 비롯한 고흥반도 남쪽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을 조망할 수 있다. 남해안의 대표적인 항구인 녹동항을 만나고, 한센인의 애환이 깃든 소록도를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다.
※코스 : 백석버스정류장→오마방조제→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매동마을→녹동신항→녹동바다정원 입구→녹동공용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13.3㎞, 3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백석버스정류장(전남 고흥군 풍양면 백석길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