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때론 하염없이 울먹이는 파문 같은 것이어서 누구나 울면서 파도 소릴 들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해남 출신으로 1989년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경윤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무덤가에 술패랭이만 붉었네’(걷는사람刊)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우리가 기꺼이 품어 볼 수 있는 희망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윤회의 미학으로 풀어낸 시들이 수록돼 있다.

생이 슬픈 이유는 한 사람의 인생이 상실이라는 슬픔의 사건으로 빼곡하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확정된 미래는 우리로 하여금 상실의 경험을 누적시킨다. 하나의 이별을 완전히 추스르기도 전에 찾아오는 여러 죽음들.

그러나 시인은 죽음 뒤에, 죽은 이들이 새로이 태어날 공간을 믿는 듯하다.

‘별들은 지상에 내려와 꽃으로 피고/꽃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모래를 삼킨 집 中)는 문장처럼 그의 시편엔 불교의 윤회 사상이 짙게 녹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와 나의 슬픔을 지켜보고 있기에 시인은 자신 앞에 놓인 나날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필사하며 그는 속세 속에서 괴로워하는 한 생명에게 우리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갈 예지된 존재임을, 삶의 무용함이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필연적 사건임을 깨닫게 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져 세상을 대면할 용기를 얻게 되는 동시에 하염없이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배우게 된다.

한편 시집에는 역사적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기리는 마음도 담겨 있다. 그의 시편을 읽다 보면 가슴속에 켜켜이 쌓이는 희망이 밤의 창문을 통과하는 달빛처럼 아름답고도 슬프게 느껴진다.

나희덕 시인은 “이번 시집에는 차마 내색할 수도 없는 깊은 슬픔이 곳곳에 박혀 있다. ‘당신’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은 여순사건이나 제주 4·3, 광주 5·18 등으로 무고하게 죽어간 원혼들에 대한 애도로 이어진다”며 “이처럼 개인적 슬픔을 역사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우주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김경윤의 시들은 슬픔으로 빚어진 ‘인다라의 구슬’처럼 고요히 빛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