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나가 이뤄낸 연결의 혁신부터 ‘렌즈’에서 시작된 생명의 탄생까지. 공학이 인류의 생활 방식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알려주는 책이 발간됐다.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이 펴낸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어크로스刊·우아영 옮김)이다.

베스트셀러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거대한 건축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 아그라왈은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작고 단순한 7가지 발명품(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으로 시선을 돌린다.

7가지 사물들은 인류 역사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모습을 바꿔가며 놀라운 혁신을 거듭해왔다.

책 제목에 들어가 있는 ‘볼트’와 ‘너트’는 기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이면서도, 어떤 대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일컫는 관용적 표현이기도 하다.

높은 건물과 긴 다리, 먼 곳으로 떠나는 우주선까지. 현대사회를 이뤄낸 뛰어난 기술적 성취들은 우리를 단숨에 압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하고 복잡한 사물이라도 그것을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아주 작고 단순한 것들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진리는 우주의 구성 요소도, 살아 있는 생명체도, 인간의 발명품에도 예외가 없다.

저자는 도자기를 빚는 물레에 쓰였던 최초의 바퀴가 어떻게 우주 탐험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 진화 과정을 추적하고 각 사물들이 역사와 사회, 정치, 교통, 예술 등 우리 삶에 어떤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못이 존재하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은 바위를 깎아 동굴을 만들고 개울 위에 통나무를 쓰러뜨려 다리를 만드는 식으로 단일한 재료만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못의 발명으로 서로 다른 두 물체를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은 서로 다른 부품과 재료가 결합한 것이다.

한편 곡면 유리(렌즈)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인류는 17세기에 현미경과 망원경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렌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탐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식기세척기, 카메라, 우주복, 현수교, 유축기 등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들이 어떻게 지금과 같이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통해 복잡한 원리를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또 일상의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와 함께 이를 발명한 이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뒤따르는 노력, 그리고 서구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동양의 과학자와 여성 엔지니어의 활약을 조명한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이슬람 학자 ‘이븐 알하이삼’, 공식적인 특허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텔레비전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일본의 발명가 ‘다카야나기 겐지로’, 실수인 줄 알았는데 실은 놀라운 것을 발명한 이민자 가정의 여성 화학자 ‘스테퍼니 퀄렉’ 등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저자는 “이 책은 인간의 필요와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문제를 찾고 이전엔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며 “우리 주변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고 일상에서 공학의 경이로움을 발견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