磨石(마석) - 난고 김병연
誰能山骨作圓圓 天以順還地自安(수능산골작원원 천이순환지자안)
隱隱雷聲隨手去 四方飛雪落殘殘(은은뇌성수수거 사방비설낙잔잔)
그 누가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하늘은 방빙 돌고 땅만은 그대론데
은은한 천둥소리가 잔잔하게 날리네.

맷돌은 보기에 따라서 설명이나 시상을 달리한다. 윗돌을 하늘의 이치로 아랫돌을 땅의 이치로 보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윗돌을 여자의 이치로, 아랫돌을 남자의 이치로 생각하면서 철학적인 정의를 내려 보려 했다. 빙빙 돌아가는 모양은 천체의 이치로, 맷돌에서 빻아 쏟아지는 이치를 자식 생산과 물건 생산으로 본단다.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사방으로 눈 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하늘만 빙빙 돌고 땅은 그대로라고 생각하네(磨石)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1807-1863)으로 조선 후기의 방랑 시인이다.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상을 욕되게 한 커다란 죄인이라는 자책을 하게 됐다. 곧 그는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그만 벼슬을 버리고 20세 무렵부터 방랑생활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누가 산 속의 감히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 하늘만 빙빙 돌고 땅은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네 //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 사방으로 눈 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맷돌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시인보다 20여 년 전에 태어난 철학자 기정진이 보았던 맷돌과 시인이 보는 맷돌은 달랐다. 철학자는 ‘하늘을 꿰뚫고 있다’고 했고, 시인은 ‘하늘이 빙빙 돈다’는 시적 언어를 구성하고 있다. 맷돌의 원리는 윗돌과 아랫돌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곡식을 빻는다고 했다. 적절한 맷손을 돌리는데 따른 것이다.

시인은 자연이 주는 선경의 시상 앞에 후정의 생각까지도 아낌없이 들어 내미는 형국을 갖췄다.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감히 둥글게 만들었단 말인가, 하늘만 빙빙 돌고 땅은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맷돌이 돌아가는 이치를 분명하게 관찰하며 일으킨 시상이다. 하늘이란 위 맷돌이 왼쪽으로 돌아가는 이치가 같다.

화자의 시상 주머니는 하늘을 연상하는가 싶더니만, 맷돌이 돌아가는 소리와 곡식 가루를 하늘 이치로 비유했다.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만, 사방으로 눈 싸라기가 날리다 잔잔하게 떨어진다고 했다. 하늘의 이치와 비교하면 틀림없지만, 맷돌 자체로 보면 과장이다. 시는 과장과 확산으로 인간에게 희망을 주었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誰能: 누가 ～할 수 있었나. 山骨: 산골의 바윗돌. 作만들다. 圓圓: 둥글다. 天以: 하늘은 반드시. 順還: 순하게 돌다. 地自安: 땅은 스스로 그대로 있다. // 隱隱은은하다. 雷聲: 천둥소리. 隨手去: 손이 가는 대로 나다. 四方: 사방. 飛雪: 눈이 날리다. 落殘殘: 잔잔하게 떨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