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 ‘반짝 흥행’ 뒤 관심 시들…시장 활성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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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지난 2013년 행정안전부의 야시장 시범공모 사업에 선정된 뒤 2014년 10월 부산 부평 깡통야시장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앞서 조선시대 3대 시장 중 하나였던 남부시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내에 입점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의 경제적 기능이 줄어들고 쇠퇴해가는 만큼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상인들은 급진적으로 확대되는 온라인 시장 등 급변하는 경쟁 속 이전처럼 가만히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더 이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뜻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한 것이 바로 야시장이다. 즉시 기존 상점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새로운 고객이 들어옴으로써 기회가 확대되는, 즉 상권 형성의 토대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실제 방문해본 남부시장 야시장은 작지만 알찼다. 인근 전주 대표 관광지 한옥마을과 연계되는 코스는 하루를 체류하기에 어느 하나 손색이 없었다.


◇먹거리·위생 장점…창업의 요람된 야시장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경쟁력을 갖춘 먹거리와 기존 상인과 야시장 상인의 상생 도모 등 우수한 운영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 성공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은 남부시장 야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마련된 좌석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

여타 전통시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전주 남부시장의 낮. 오후 5시 무렵이 되자 북문, 남문, 동문, 서문 전 방향에서 요란한 바퀴 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이동식 점포가 줄지어 밀려 들어왔다. 비로소 낮보다 밝은 저녁, 남부시장의 2막 야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기존 상인들은 가게 앞에 널어 놨던 각종 상품들을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치웠다. 드문드문 있던 손님들도 야시장의 시작과 함께 들어차면서 시장의 활기가 띠었다. 점포가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열 십 자[十]’ 모양의 야시장이 형성됐다.

야시장을 가득 채운 32개의 점포에서는 미트파이, 반쎄오, 탕후루 등 전세계 곳곳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육전 6천원, 쌀국수 5천원 등 음식 가격대가 전부 6천원 아래로 형성돼 부담도 줄였다. 일부 점포에서는 무료시식 팻말을 비치, 전통시장만의 풍성한 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발딛을 곳 없이 붐볐지만 길 끝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석과 함께 쓰레기통이 마련돼 거리에서 쓰레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야시장 핵심 콘텐츠인 먹거리 부문에서 맛과 양은 물론, 위생까지도 잡은 만큼 불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상인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3년 간 이곳에서 컵밥을 파는 점포를 운영했다는 장미씨는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점포를 여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는 “야시장 상인 가운데 이번이 점포 운영 처음인 창업 새내기들도 다수를 차지한다”며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빠른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이 곳의 경험을 토대로 가게를 차려 성공한 사람도 많아 언젠가 그런 사례처럼 가게 여는 것이 목표”라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현재 야시장 점포를 운영하는 최연소 사장님은 23살 대학생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60세 이상의 노년층도 여럿을 차지한다. 야시장 운영자 모집에서는 다문화가정, 저소득계층에게는 가산점을 부여, 지역 상생의 역할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경쟁률도 최근 8팀 모집에 40여팀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의 입구 모습.

◇야시장 성공 위해 상생과 공정성 채워 넣다

매주 금·토요일 운영하는 남부시장 야시장의 일 평균 방문객은 상인회 추산 1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남부시장 야시장이 전통시장 활성화 성공 모델로 자리잡는 덴 시장 상인회의 뒷밤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남부시장 야시장은 독특하게도 지자체나 기관 위탁이 아닌 상인회에서 야시장 운영 전권을 갖고 있다. 문화행사에 필요한 예산을 일부 지원받지만 야시장 상인 선발과 계약, 임대료 책정 등 야시장 운영 관련 모든 권한은 상인회가 행사한다. 예산 지원이 끝나면 멈추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야시장을 만들기 위한 상인들 차원의 뜻이 모여 가능했다.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기틀도 확실히 잡았다.

육전을 파는 야시장 상인이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남부시장 상인회는 야시장 점포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전매 혹은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호, 성명, 전화번호, 사진 등을 기입한 ‘이동 판매대 실명제’를 도입, 상인회의 야시장 매니저가 이를 매일 확인하고 ‘삼진아웃제’를 통해 상인 간 부당한 거래를 차단했다.

또 목 좋은 상권을 차지하기 위한 상인 간 갈등도 차단하기 위해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고르게 분포시킴과 동시에 매달 3자리씩 이동하는 식으로 운영방식을 꾸렸다. 시장 상인과의 상생 협력에도 공을 들였다. 음식 매대 운영자는 반드시 남부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야 한다.

황상택(62) 남부시장 상인회 상무는 “야시장의 목적은 결국 기존 시장 활성화인 만큼 새로 들어온 야시장 상인들은 물론, 기존 상인들 또한 소통과 개선 의지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어야만 한다”며 “쓰레기 증가 등 근시안적인 불편함은 제쳐두고 사람이 와야 구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변화에 가감없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시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