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일자리 관건…원주민 차가운 시선도
사회 안착하도록 지자체·정부 머리 맞대야
- 재생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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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땅서 정착 못해…향수병에 본국으로
‘강제이주’라는 아픔을 겪은 고려인 선조들의 후손은 현재 조상의 나라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려인마을 공동체를 위로하고 독려하기 위한 여러 행사가 지역의 관심 속에 매년 열리고 있지만, 의식주 등 실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열린 ‘제11회 고려인의 날’ 행사. |
지난해 법무부가 발표한 출입국 자료 ‘고려인 500명 이상 거주 도시’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내 고려인은 4천753명으로 파악됐고, 고려인마을에서는 마을 거주 고려인이 올해 7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인들의 국내 생활은 여느 이주노동자와 비슷하지만, 드넓은 농토와 한적한 농촌 생활을 그리워하는 등 향수병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피란민 박에릭(72)씨가 고향 마을을 찾아 지난 1년6개월 동안 머문 고려인마을을 떠난 게 일례다.
그는 지난해 4월 폴란드를 거쳐 같은 달 광주 고려인마을에 도착했다. 이후 극심한 향수병을 겪던 박씨 부부는 이달 초 본국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으나 수십명이 향수병을 겪어 귀환했고 이외에도 다수의 고려인 후손들이 고향 생각에 힘겹게 도착한 조상의 땅을 떠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째 고려인마을에서 거주하고 있는 알렉세이씨는 “주변 고려인 동포들과 얘기해보면 본국을 그리워해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한국 정착을 꿈꾸는 이들도 많지만 국내에서 이들의 법적 지위나 원주민들이 바라보는 시선 등에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 정착 위한 종합 대책 마련해야
조상의 땅을 떠나는 고려인들의 공통점은 향수병과 함께 현실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고려인의 법적 지위 회복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일자리, 행정적 지원 미흡이 꼽히는 데, 이는 국내 고려인 사회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것들이다.
비자의 경우 정부가 러시아를 제외하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11개국 출신의 동포 중 만 60세 미만에게는 F-4 비자를 제한하고 있다 보니 고려인이 조상의 땅에서 차별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 이들 국가 출신 동포가 F-4 비자를 받으려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제시하거나 대한민국이 공인하는 기술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고려인들의 실상을 생각하면 F-4 비자는 그림의 떡이나 매한가지다.
때문에 고려인들은 국내 입국 시 방문취업비자(H-2)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비자가 최대 4년10개월로 제한되는 탓에 다시 비자를 받지 못한 고려인 가운데 일부는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도 고려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해결 과제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 고려인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와 2세들을 위한 법적 지위 회복이다. 그러나 이는 고려인 사회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 지자체와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 기반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下)은 올해 고려인마을이 조성한 협동농장. |
일할 능력이 되는 어른들은 식당과 공장, 농촌으로 향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단순 노무직으로 생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고려인 대다수가 ‘먹고 사는 문제’로 고향을 떠나 광주에 들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 창출은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렇듯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국내에서 품는 게 마땅한 고려인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고려인사회와 지원 활동가, 시민사회 등의 역량만으론 역부족이라 체계적인 종합지원책이 필요하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 동포가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때”라며 “고려인 대부분은 자기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고 들어온 만큼 일자리가 가장 중요해 광주에서 경기도 안산 등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지역사회를 넘어 행정기관 등의 힘으로 고려인 동포가 광주에서 성장하고, 구성원으로 온전히 뿌리내린다면 다양성 강화와 함께 성공적인 이주민 정착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게 분명한 만큼,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