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 즉 ‘공감대 형성’을 이룬 영화만이 비로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광주매일신문 주최로 지난 24일 서구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0기 창조클럽아카데미 제14강에서 이승재 영화평론가가 ‘성공 영화로 보는 창의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평론가는 가장 먼저 코로나19 이후 대폭 바뀐 영화 생태계에 대해 언급하며 원우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그는 “2019년만 하더라도 한국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편수가 4.37편으로 세계 1등, 영화 강국이었으나 이후 잇단 가격 인상, OTT 등장 속 올해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5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쇠퇴했다”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우니 예산이 적은 영화만 등장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 영화계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원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본격적인 강의에 돌입한 그는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류승룡씨를 사례로 들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인 ‘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 평론가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인지도가 높은 송강호 배우의 최근 6년 사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기생충’ 단 한 편 뿐”이라며 “당시만 하더라도 얼굴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류승룡 배우가 최초로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7번방의 선물’이 수익률 750%를 기록한 것은 배우의 티켓 파워가 강하지 않은 반면 이야기, 즉 재미에 관객들의 포커스 및 니즈가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미도를 비롯해 왕의 남자, 범죄도시 등 21개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이들의 공통점인 ‘공감대 형성’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들 영화는 각자 다른 가치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주인공에 우리 스스로를 투영하고, 연민을 갖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OECD 국가 중 행복도 지수 꼴찌인 한국인 마음 속의 박탈감을 해소해주고, 고단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위로하는 공감대만이 결국 흥행을 견인하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4년 개봉해 관람객 1천761만명을 동원한 작품 ‘명량’을 언급하며 “그래픽 기술의 완성도가 낮은 탓에 옥의 티 장면이 여럿 발생했으나, 관객들 누구 하나도 이것을 포착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한 덕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기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진 공감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자,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단 전도연 배우를 언급하며 전문성의 중요성과 그 힘에 대해 역설했다.

이승재 평론가는 “전성기를 달리던 전도연 배우가 노출신이 포함된 ‘해피엔드’ 작품에 출연했을 때만 하더라도 부정적 시선이 많았으나 이후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50살의 나이에도 킬러 역할을 맡아 흥행을 이끄는 등 연기자 전도연으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연기하는 것이 배우다’라는 신념 하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다는 전도연 배우의 말처럼 결국 전문성과 열정이 사람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스스로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