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 추석 연휴는 민주당의 위기 또는 기회
김종민 논설실장
2023. 09. 21(목) 20:10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누군지도 모른다’, ‘아무도 뽑지 않겠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향해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무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의 실종, 출구가 없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여야의 적대감만 두드러졌다. 최악이다. 검찰은 지난 2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배임·뇌물 혐의다. 민주당은 내각 총사퇴 등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같은 날 이뤄지고, 함께 가결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국은 갈수록 꼬인다.

강성 지지층만 결집, 싸움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2022년 3월20대 대선 득표율 48.56% vs 47.83%, 겨우 0.73%p 차이 아슬아슬한 승부는 현재진행형이다. 1년이 훌쩍 넘도록 보수와 진보, 극단의 갈라치기가 심화되고 있다.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은 불어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60% 달해 호감도보다 두 배 높다는 여론조사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산주의 굴레를 씌운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이념 전쟁, 대외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해상 방류 강행 등 핵심 이슈 역시 역시 그러하다. 제3지대 신당 출현에 힘이 실리는 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강 대 강 ’대치 속에 비집을 틈을 찾기 어렵다.

제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 치러진다. 7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를 옹위하며 지지층 결집이 나타나면서 친명-비명계 내부 갈등도 터졌다.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재차 분열 양상이다. 특히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이 대표의 뜻과 다른 체포안 동의에 따른 파장이 주목된다.

추석 연휴는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바로미터다. 이 대표는 단식에 들기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퇴행을 막고 또 대한민국의 전진을 담보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단 한 석이라도 이겨야 한다”고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데 호남은 냉담하다. 투표하지 않겠다 할 정도로 민심이 식었다.

최근 선거에서 그렇듯 민주당 텃밭에서 또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낮아지면 여당이나 무소속, 아니면 신당이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 어부지리다. 일각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양당제, 다당제 구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민주당의 독점적 지위가 위태롭다.

지금의 정치와 경제, 사회, 외교 불안에 대한 모든 1차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다. 용산 전체주의를 막겠다는 최대의석 야당 대표의 단식에도 무시와 조롱으로 일관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매한가지다. 호남은 그동안 명분에 실리까지 놓쳤다며 회초리를 들 만큼 들었다. 내부의 다른 목소리까지 철저히 배척, 이분법 사고에 갇혀 있다. 들끓는 분노와 질책에도 눈 감아 버린 무력한 민주당이다. 지도부 구성 등 당내에서도 호남은 지분을 잃었다.

1980년 5월 광주의 피로, 1987년 6월 항쟁으로 세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의 뿌리는 계보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이다. 20세기 위대한 지도자 DJ의 탄식이 들린다.

민주당은 “전략도 없고, 혁신도 없고, 도덕성도 없고, 비전도 없다”는 쓴소리를 귀 담아 들어야 한다. ‘포스트 DJ’는 아니더라도 버금가는 중진 인사를, 그리고 참신하고 역량 갖춘 청년과 여성을 찾아내 키워야 할 때다. 단일 대오로 정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하는 야당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최대 지지기반 광주·전남의 기류가 변했다. 몰표는 커녕 투표 자체를 아예 포기하려 한다. 강력하지도, 선명하지도 못한 민주당의 위기, 호남의 위기다. 내년 4월 총선 승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다.

마냥 선거철 ‘집토끼’가 아니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지는 않을 것이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표를 달라고 손을 내밀기에 앞서 민주당은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낡고 병든’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민주당의 회생을 위한 분수령이 될 추석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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