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가 순항하려면 / 이정록
2023. 09. 19(화) 19:46 가+가-

이정록 전남대 명예교수·전남경제연구원장

고흥군 봉래면에 우주발사체 클러스터가 새로 조성된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에 따른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15개소에 고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지 매입과 산단 조성이 완료되면, 국가산단으로 지정돼 우주발사체 관련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하는 클러스터가 탄생할 것이다.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의 단초는 나로우주센터다. 1999년 3월부터 정부는 우주센터 건립 대상지를 조사했다. 전국 11개 후보지 중 고흥과 남해가 도출됐다. 2001년 1월 인접지역 안전성, 발사운용 각도, 부지확보 용이성 등을 고려해 고흥이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2009년 6월 고흥 외나로도에 한국 최초 우주기지가 건립됐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관련산업 클러스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우주 관련산업 클러스터를 만들 정도로 산업생태계가 성숙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과 창원 중심 항공관련 산업단지에 안주하는 상황이었다. 정부 정책도 우주산업 육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은 윤석열 정부 작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국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작년 5월 이는 국정과제로 확정됐다. 작년 11월 우주항공청(한국형 NASA) 신설을 포함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도 발표했다. 12월 이 로드맵의 실천전략인 ‘우주산업 클러스터 3축(고흥: 발사체, 창원: 위성, 대덕: 연구) 구축’ 사업에 고흥이 ‘발사체 특화지구’로 포함됐다. 올 3월 고흥이 국가산단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8월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국가산단 조성에 탄력이 붙었다.

그렇다면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은 순조롭게 진행될까. 쉽지 않다고 본다. 물론 대상부지(봉래면 일원 약 52만평)와 사업시행자(LH, 전남개발공사)가 정해졌으니, 2030년쯤 산단은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산단에 필요한 지원 인프라 시설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산단에 우주발사체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가 들어서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의 최대 걸림돌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흥이 주요 대도시와 너무 멀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흥반도는 육지에서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곳이다. 비행기와 고속도로와 KTX가 연결되지 않아 오지(奧地)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이동시간이 제주도 보다 멀다. 고학력 고기술 종사자들이 이런 오지를 선호할 리 만무하다. 지난 4월 환화에어스페이스 발사체 단조립장이 순천으로 결정된 까닭을 곱씹으면 알 수 있다.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의 또 다른 걸림돌은 지역에 대한 의구심이다. 생각해 봐라. 한반도 최남단에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그 사업이 성공할 거라고 믿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될지 말이다. 발사체 관련 부품은 사천, 창원, 순천 등지에서 제작 조립해 해상으로 얼마든지 수송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국가산단 주변에 살만한 주거지도 아이들을 보낼 좋은 학교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우주발사체 관련 선도(앵커) 기업이 둥지를 틀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행사가 지난 금요일 고흥에서 열렸다. 고흥군이 주최한 ‘고흥 우주발사체 산업클러스터를 통한 지역발전과 연계방안 모색’을 위한 포럼이었다.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의견 중 하나가 ‘지역 의지를 발신하는 활동’이었다. 클러스터에 들어설 기업과 연구소를 위해 고흥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서 의구심을 해소하는 작업을 강조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고흥의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은 만만하지 않다. 광주∼고흥 간 고속도로나 벌교∼녹동 간 철도를 만드는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에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 고흥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를 관련 기업, 전문가, 일반인들에게 발신하는 작업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지역민의 염원과 의지와 노력을 대내외에 지속적으로 발신한다면 클러스터 성공은 불가능하지 않다.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성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지역사회의 합일된 의지다.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10년 내에 고흥에 고속도로나 철도가 생기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의지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대내외에 발신하는 작업이다. 지난주에 열린 포럼처럼 말이다. 고흥과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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