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임실 옥정호 물안개길 1코스(구름바위길)
구름이 몸 이루면 바위되고, 바위가 몸 풀면 구름이 된다
2023. 09. 19(화) 19:32 가+가-

호반에서 본 운암대교가 옥정호의 운치를 고조시킨다.

올 여름 지독한 더위를 견딘 벼들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을들판은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하게 해준다. 전북 순창에서 전주로 가는 27번 국도를 따라 달려간다. 회문산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섬진강을 만난다. 섬진강 상류지역을 적시며 흐르는 강물이 유유하다. 강변에는 작은 마을들이 자연스럽게 둥지를 틀었다. 마을사람들은 섬진강 주변에 형성된 농경지를 기반으로 조상대대로 살아왔다.

임실군 덕치면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대한 호수를 만난다. 섬진강 본류에 설치된 유일한 인공호수인 옥정호다. 옥정호는 호반 폭이 다른 호수에 비해 넓지 않고 좁고 길게 이어진다. 그래서 호수는 굽이굽이 흐르는 강의 형상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옥정호 호반을 따라 걷는 길이 있다. ‘옥정호 물안개길’이다. 오늘은 옥정호 물안개길 1코스(구름바위길)를 걸으려고 한다.

옥정호에 놓인 운암대교를 건너 붕어섬 출렁다리 방향으로 향한다. 옥정호 물안개길 1코스는 둔기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다. 둔기버스정류장에 세워진 옥정호 물안개길 안내지도가 길안내를 해준다. 둔기정류장이 있는 도로에서 옥정호반으로 내려서면서 물안개길 걷기가 시작된다.

호반에서 본 운암대교가 옥정호의 운치를 고조시킨다. 호수는 호반에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과 행복하게 어울렸다. 건너편에 뾰족하게 솟은 나래산은 걷는 내내 든든한 벗이 돼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수와 주변 산에 옅은 안개가 끼어있었는데, 어느새 깔끔하게 벗어버렸다. 이른 아침 옥정호를 살포시 덮는 안개는 환상적이다. 그래서 길 이름도 ‘옥정호 물안개길’이라 했다.

옥정호 호수위에 산봉우리가 산 그림자를 내려놓으니 흰 구름도 뒤질세라 물위에 하얀 그림을 그렸다. 이른 아침 옥정호를 살포시 덮는 안개는 환상적이다.


섬진강은 물줄기가 지나가는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임실 관촌지역에서는 오원강, 임실 운암지역에서는 운암강, 순창에서는 적성강, 곡성에서는 순자강으로 일컬어진다.

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운암강에 대해 “구름이 몸을 이루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몸을 풀면 구름이 된다”고 했다. 아침이면 바위가 몸을 풀어 안개가 되고, 해가 나면 안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위라는 몸이 된다는 것이다. 강변 바위들이 그냥 바위가 아니라 구름바위다. 물안개길 1코스를 ‘구름바위길’이라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물안개길은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숲길로 들어서곤 한다. 숲길을 걸을 때에는 나무 사이로 푸른 호수가 바라보인다. 중간 중간 데크형 계단도 설치돼 있다. 가을철이라 상수리가 떨어져 땅위에서 뒹굴고 있다. 산속의 상수리나 도토리는 다람쥐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막걸리 안주로 최고인 도토리묵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물안개길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 아래쪽 호숫가로 이어지다가 잠시 도로로 올라선다. 도로가에는 운암정(雲巖亭)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정자 아래로 옥정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자동차로 달리다가도 잠시 멈추고 옥정호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물안개길에서 만난 운암정(雲巖亭), 정자 아래로 옥정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호수가로 내려오니 호수물이 잔잔하다. 잔잔한 호수가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대나무숲길도 지난다. 섬진강댐이 생기기 전에는 대나무밭 아래에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옥정호는 1965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댐인 섬진강댐이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 섬진강 협곡에 축조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길은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다가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울창한 숲은 무성한 잎을 뻗치어 하늘을 가린다.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처연하게 들려온다. 가을이 반가운 풀벌레 소리에는 희망이 가득 차 있다. 호수위에 산봉우리가 산 그림자를 내려놓으니 흰 구름도 뒤질세라 물위에 하얀 그림을 그렸다. 옥정호 상류쪽에서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는 여러 산봉우리들이 첩첩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과 산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서 산수화가 된다. 2층 팔각으로 지어진 생태숲정자도 만난다. 잠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옥정호 물길은 섬진강이 흘렀던 구불구불한 산자락을 따라 형성돼 있다. 임도를 따라 작은 언덕 하나를 넘으니 건너편으로 용운마을로 가는 도로가 바라보인다. 여기에서 도로 쪽으로 가지 않고 둔덕 같은 야산을 넘어서자 다시 옥정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운치있는 노송을 지나자 기암절벽이 호수와 맞닿아 있다. 잔잔한 호수와 부드러운 산봉우리, 기암절벽이 행복하게 어울린다.

용운마을로 향한다. 주변마을은 모두 수몰되고 지금의 용운마을만 남았다. 용운리 뒤로 국사봉이 바라보인다. 물안개 낀 옥정호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국사봉이다. 물안개길은 옥정호를 끼고 용운리 내마마을을 한 바퀴 돈 뒤 마을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용운마을에서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변 벚나무 가로수가 봄철이면 아름다운 벚꽃길을 만들어낸다. 몇 구비를 돌고 돌아 붕어섬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난다. 도로 아래에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 서니 붕어섬이 지척이다. 붕어섬은 옥정호에 물이 차면서 생긴 섬이다. 붕어모양을 하고 있어 붕어섬이라고 부른다.

붕어모양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곳은 국사봉전망대이지만 이곳에서 보는 붕어섬과 주변풍광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구름바위길에서 본 붕어섬. 붕어섬은 옥정호에 물이 차면서 생긴 섬이다. 붕어모양을 하고 있어 붕어섬이라고 부른다. 붕어모양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곳은 국사봉전망대이지만 구름바위길에서 보는 붕어섬과 주변풍광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붕어섬의 원래 이름은 외앗날이다. 외앗날은 산자락 끝 외로운 봉우리라는 뜻이다. 건너편 백련산에서 이어져온 산줄기는 지금의 붕어섬까지 이어졌고, 섬진강은 물돌이동을 이루면서 외앗날(붕어섬)을 휘감아 흘러갔다. 옥정호가 생기면서 외앗날로 이어지던 산줄기 중 낮은 지역이 물에 잠겨 호수 속의 섬이 된 것이다. 옥정호로 인해 생이별을 하게 된 붕어섬과 백련산 줄기는 몇 m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옥정호로 인해 생이별을 하게 된 붕어섬과 백련산 줄기는 몇 m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붕어섬 뒤로 펼쳐지는 옥정호 최상류와 주변 산봉우리들은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도 옥정호와 붕어섬이 만든 그림의 일원이 된다. 임실군에서는 아름다운 붕어섬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섬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이 420m에 달하는 출렁다리를 만들었다. 붕어섬 뒤로 옥정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의 실향민들을 위한 망향탑도 바라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섬진강은 호수로 변했지만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옥정호에 머물던 강물은 섬진강댐을 넘어 순창과 곡성, 구례 땅을 적시며 흘러간다. 강은 긴 여정을 거쳐 남해바다에 이른다. 산은 흘러가는 강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물을 맞이한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옥정호 물안개길은 1965년 섬진강댐이 축조되면서 생긴 옥정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호숫가와 숲길을 번갈아 걸을 수 있으며, 붕어섬의 신비로운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코스 : 둔기정류장→운암정→생태숲쉼터-용운마을-용운마을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12㎞,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둔기정류장(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산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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