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정율성 선생에 관한 논란 / 오수열
2023. 09. 17(일) 19:34 가+가-

오수열 조선대 명예교수·한국동북아학회 이사장

참으로 뜬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과 음악가 정율성 선생의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는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는 장군의 흉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롯된 것인데, 이것이 여·야간 논쟁을 넘어 진보와 보수의 진영간 다툼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냉전체제가 등장했고 그 결과 남·북 분단이 이뤄졌지만, 독립운동 과정에서 홍범도 장군의 업적과 공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소련공산당에 입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 소련은 우리의 적대국가가 아니었고, 세계의 피압박국가와 민족들에게는 가장 호의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민족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련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그 당시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여서 소련공산당 가입을 남·북 분단하의 반국가적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논리의 비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1921년 연해주에서 발생한 ‘자유시참변’에서의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그 당시가 적군(赤軍)과 백군(白軍)의 대립 속에 백군이 일제(日帝)와 손잡고 독립군 소탕에 혈안이 되었던 때였으며, 독립진영 내부에서도 주도권 다툼으로 이전투구가 전개되고 있던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무기와 군량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적군 쪽에 접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줄곧 김좌진, 지청천, 김규식 등과 함께 활동했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자유시참변’ 당시 여타 독립군부대와 달리 간도 등지로 돌아가지 않고 자유시에 머물렀다고 해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당시 러시아 내부의 복잡했던 정세와 독립진영 내부의 적지 않은 갈등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고, 학계에서도 아직까지 논란이 없지 않은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1943년 크질오르다에서 사망한 이후 그의 가족이나 현지의 동포들이 한국정부에 유해봉환과 흉상제막 등을 청원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현지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언제는 최고의 예우로 건국공로훈장을 추서하고 유해를 봉환했고, 사관생도들에게 독립정신을 심어준다며 흉상을 제막한 나라에서 이제는 그의 행적을 ‘국가정체성’과 연관시켜 문제 삼고 있으니 이를 애국선열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 광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일찍부터 중국을 내왕 했던 사람들이라면, 우리에게는 생소했지만 조선족인 정율성 선생이 중국에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혁명사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중공당(中共黨)의 연안(延安)에서의 투쟁을 노래한 ‘연안송’(延安頌)과 우리의 국군에 해당하는 인민해방군의 전신(前身)인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해방 후 북한으로 입국해 활동하면서 인민군의 군가를 작곡하였다거나 중공당의 방침에 의해 6·25전쟁에 참전해 서울까지 왔었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어떻든 그가 광주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곳에서는 그에 대한 선양작업이 전개되기 시작했고, 진보정권 하에서 포상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위에 든 이유 등으로 실현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광주에서는 꾸준히 그를 기념하는 음악제가 개최되는 등 기념사업이 전개돼 왔고, 한·중간 인적교류가 증대되면서 광주를 찾는 중국인들에게 광주를 어필시키는 소재로서 많이 활용돼 왔다.

국가간의 관계란 좋을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는 법이다. 현재는 비록 한·미·일 동맹이 강조되고, 한·중관계가 긴장국면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관계가 영원하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앞 정권에서 추진했던 포상이 다소 성급했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그의 고향에서 추진하고 있는 현창사업만이라도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고 협량해져 가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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