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사회로 불러내려면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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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8. 23(수) 19:08 가+가-
한여름을 더 뜨겁고 숨막히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너클을 끼고 무차별 폭력과 성폭행으로 30대 여교사가 숨졌다. 묻지마 폭행의 충격이 잊혀지기도 전에 그야말로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체포된 최모(30)씨는 자택과 PC방을 오가는 폐쇄적 생활을 해온 은둔형 외톨이로 밝혀졌다. 한 달 전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선(33)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14명 사상자를 낸 최원종(22) 역시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였다.
우리나라 은둔형외톨이는 적게는 24만 명(국무조정실)에서 많게는 54만 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까지 추산된다. 이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나, 사회에 적응하도록 정부와 지역사회가 부단히 노력을 해야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얼마전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은 고교 졸업 후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 그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이 없었다. 영화와 TV 범죄물에 심취하다 살인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강화시키고 결국 흉악 범죄로 이어진 셈이다.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상 동기 범죄’에 관한 정부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흉악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며,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증 정신질환자는 판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이 경제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와 비교해도 크게 앞선 1위에다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자살률이 2배에 달한다. 정신건강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인구 3~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을 한 사람의 비율은 12.1%에 그쳤다.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니 중증질환자가 되고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임의로 이를 중단하기도 해 증상이 더 악화하기도 하는데 두 경우 모두 결국 ‘고립’이라는 결말에 이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전국 19~34세 청년 1천77만6천명 중 고립 청년이 53만8천명에 달한다. 청년 100명 중 5명이 사회와 고립된 삶을 살고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손실이다. 영국의 BBC 방송은 한국의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 문제를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은 청년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사회라는 공동체에 속하길 거부했고 공동체로부터 거부당했다.
영국의 UCL 정신분석학 교수 피터 포나기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회가 우리에게 점점 더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이는 성격장애 및 외톨이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나기 교수는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왜(Why) 그러느냐고 질책하기보다는 무엇(What)을 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권한다. 즉 그런 생각이 왜 나왔느냐고 혀를 차기보다는 당신이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며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은둔형외톨이는 누군가에게 도와 달라는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이들이다. 사회시스템이 침묵의 그늘 너머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로 나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 당장 고립된 청소년·청년 문제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예방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고립되어 있는 이웃을 살피고 각자 위치에서 누군가의 빈자리를 알아차리고 살펴주는 공동체 회복이 절실한 시절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사회 복기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 모두가 안전하고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체포된 최모(30)씨는 자택과 PC방을 오가는 폐쇄적 생활을 해온 은둔형 외톨이로 밝혀졌다. 한 달 전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선(33)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14명 사상자를 낸 최원종(22) 역시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였다.
우리나라 은둔형외톨이는 적게는 24만 명(국무조정실)에서 많게는 54만 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까지 추산된다. 이들을 모두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나, 사회에 적응하도록 정부와 지역사회가 부단히 노력을 해야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상 동기 범죄’에 관한 정부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흉악 범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경찰이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며,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확충하고 중증 정신질환자는 판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이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이 경제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와 비교해도 크게 앞선 1위에다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자살률이 2배에 달한다. 정신건강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얘기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인구 3~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을 한 사람의 비율은 12.1%에 그쳤다.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니 중증질환자가 되고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임의로 이를 중단하기도 해 증상이 더 악화하기도 하는데 두 경우 모두 결국 ‘고립’이라는 결말에 이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전국 19~34세 청년 1천77만6천명 중 고립 청년이 53만8천명에 달한다. 청년 100명 중 5명이 사회와 고립된 삶을 살고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손실이다. 영국의 BBC 방송은 한국의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 문제를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은 청년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사회라는 공동체에 속하길 거부했고 공동체로부터 거부당했다.
영국의 UCL 정신분석학 교수 피터 포나기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회가 우리에게 점점 더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이는 성격장애 및 외톨이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나기 교수는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왜(Why) 그러느냐고 질책하기보다는 무엇(What)을 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권한다. 즉 그런 생각이 왜 나왔느냐고 혀를 차기보다는 당신이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며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은둔형외톨이는 누군가에게 도와 달라는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이들이다. 사회시스템이 침묵의 그늘 너머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로 나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금 당장 고립된 청소년·청년 문제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예방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고립되어 있는 이웃을 살피고 각자 위치에서 누군가의 빈자리를 알아차리고 살펴주는 공동체 회복이 절실한 시절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 사회 복기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 모두가 안전하고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