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거창 금원산 유안청계곡-지재미골
수많은 폭포와 울창한 숲, 폭염에 지친 일상을 위로하다
2023. 08. 22(화) 19:35 가+가-

유안청계곡 초입에서 만난 선녀담. 와폭을 이룬 폭포수는 굽이돌면서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 후 선녀담으로 떨어진다.

연일 폭염이 계속된다. 시원한 계곡과 청량한 숲이 그리워진다. 거창 금원산 유안청계곡을 찾아 나섰다. 산 높으니 골 깊다고 했던가. 거창에 솟은 높은 산은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게 했다. 특히 덕유산과 금원산이 자리하고 있는 북부와 서부지역에는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 많다.

위천면소재지를 지나자 현성산이 솟아있다. 현성산은 금원산 북동쪽으로 이어진 산줄기에 솟은 산이다. 현성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아기자기하다. 금원산휴양림주차장에 도착하자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주차장 옆 금원산자연휴양림을 안내하는 상징물에는 원숭이상이 있다. 옛날 이 산속에 금빛 나는 원숭이가 날뛰곤 해 한 도사가 바위 속에 가뒀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金猿山)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금원산자연휴양림주차장 입구 금원교에서 계곡을 바라본다. 깔끔한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은 티없이 맑다. 오늘 만날 유안청계곡과 지재미골의 서곡을 보는 것 같다. 도로옆 데크길로 접어드니 선녀담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와폭을 이룬 폭포수는 굽이돌면서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 후 선녀담으로 떨어진다.

금원산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 오른쪽 골짜기는 지재미골이고, 왼쪽 골짜기는 유안청계곡이다. 오늘 우리는 유안청계곡으로 올랐다가 지재미골로 하산할 계획이다. 계곡 옆으로 포장된 임도가 있으나 우리는 계곡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서간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솔길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햇볕을 차단해준다. 계류는 섬섬옥수처럼 부드럽고 음악소리처럼 감미롭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솔길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햇볕을 차단해준다. 계류는 섬섬옥수처럼 부드럽고 음악소리처럼 감미롭다.


물줄기는 한줄기로 흐르다가도 바위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 세 갈래로 흐르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활엽수들은 가지를 뻗어 아름다운 계곡과 어울린다. 가을철에는 단풍 든 나뭇잎들이 맑은 물까지 붉게 물들일 것이다.

청량한 숲과 계곡을 따라 걷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범상치 않은 폭포를 만난 것이다. 자운폭포다. 자운폭포는 붉은 빛깔을 띤 화강암 위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붉은 바위를 따라 떨어지는 물결모양이 마치 ‘노을 진 하늘에 흰 구름이 떠 흐르는 것 같다’고 해서 자운폭포(紫雲瀑布)라 했다. 폭포는 중간과 아래쪽에 옥빛 소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붉은 바위를 따라 떨어지는 물결모양이 마치 ‘노을 진 하늘에 흰 구름이 떠 흐르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자운폭포(紫雲瀑布). 폭포는 중간과 아래쪽에 옥빛 소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자운폭포를 지나서도 이름만 없다 뿐이지 1-3m 높이의 폭포들은 수없이 많다. 둥글둥글한 바위가 있는가 하면 반석을 이룬 바위도 많다. 금원산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에 관입한 흑운모 화강암 기반암 분포지역이다. 자운폭포를 지나 계곡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숲속의 집이 나타난다. 통나무로 지어진 금원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은 29실을 갖춘 숙박시설이다. 숲속의 집 근처에 아름다운 계곡과 울창한 숲이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

계곡의 청량감을 느끼며 걷다가 유안청제2폭포를 만난다. 유안청제2폭포는 길이 40m, 폭 10m로 미끄럼틀과 같이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와폭이다. 폭포수를 만들어내는 바위는 폭이 10m에 이르지만 물길은 비스듬하게 누운 바위지대의 한쪽 면만 타고 부끄러운 듯 흘러내린다.

유안청제2폭포는 길이 40m, 폭 10m로 미끄럼틀과 같이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와폭이다.


옛날 가섭사가 자리했던 곳에 유생들의 공부방이 들어서면서 유안청폭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기에서 유안(儒案)은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유생을 이르는 말이다. 유생들이 과거급제를 목표로 공부했던 공부방을 ‘유안청’이라 했다. 이곳 유안청폭포는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 “빨치산 남녀 500여 명이 목욕하던 곳”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유안청제2폭포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유안청제1폭포가 있다. 제2폭포는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와폭(臥瀑)인데, 제1폭포는 수직에 가깝게 낙하는 직폭(直瀑)이다. 화강암 절벽을 미끄러져 낙하하면서 20여m 높이의 폭포가 됐다. 폭포수는 낙하하면서 부챗살처럼 퍼지면서 하얀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청아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는 가슴 속에 남아있는 세속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계곡 바위에 앉아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유안청제2폭포는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와폭(臥瀑)인데, 유안청제1폭포는 수직에 가깝게 낙하는 직폭(直瀑)이다.


유안청계곡과 헤어져 금원산 정상으로 가는 2코스 산길로 들어선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에는 소나무, 굴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공생을 한다. 경사진 비탈길을 따라 걷다가 임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금원산 정상(1353m)으로 가지 않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지재미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임도는 해발 800-850m에 이르는 금원산 동쪽 산허리를 돌아간다. 임도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여름철에 걷기에도 손색이 없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40분 정도 걷고 나니 지재미골로 하산하는 길이 나온다. 이곳 임도갈림길은 지재미골에서 금원산으로 오르는 금원산 등산로 1코스 중간지점이다. 하산길에서는 임도를 만났다가 오솔길을 걷기도 한다. 산속 깊은 곳에 집 두 채가 있다. 소위 독가촌이라 부르는 마을이다. 지재미골 최상류에 자리한 독가촌에서는 현성산이 바라보인다. 독가촌에서 2-3분 내려오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 옆으로는 지재미골의 물이 흐른다. 지재미골은 옛날 지장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가섭암터 마애삼존불상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두 바위 사이로 좁은 돌계단길이 있는 좁은 문을 통과하자 마애불상이 새겨진 바위굴에 이른다. 굴이라고 하지만 아주 큰 바위들이 겹쳐지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열 평 남짓한 공간으로 바위의 한쪽 벽면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바위면에 삼각형으로 홈을 파서 삼존불 부분을 구획한 후 가운데에 세 분의 부처를 새겼다. 중앙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세음보살, 왼쪽은 대세지보살로 보인다. 삼존불 모두 도드라지게 새겼으나 전체적으로는 납작하게 표현됐다. 고려 예종6년(1111)에 제작하였다고 삼존불 옆에 기록되어 있다. 가섭암터 마애삼존불상은 보물 제530호로 지정됐다. 아래쪽 가섭암터에는 1770년대까지 절이 있었다고 한다.

마애불상이 새겨진 바위굴에 이른다. 굴이라고 하지만 아주 큰 바위들이 겹쳐지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열 평 남짓한 공간으로 바위의 한쪽 벽면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중앙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세음보살, 왼쪽은 대세지보살로 보인다. 고려 예종6년(1111)에 제작된 가섭암터 마애삼존불상은 보물 제530호로 지정됐다.


가섭암터 마애삼존불상에서 내려와 한 굽이 돌아내려가니 거대한 바위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섭사 입구에 있다고 하여 문바위라 부르는 바위다. 깔끔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문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문바위에서 금원산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를 거쳐 주차장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주차장 근처 선녀탕은 옥빛으로 빛나고, 흐르는 물은 여전히 맑고 그윽하다. 한여름 무더위도 저만큼 물러서 있다.

지재미골에 있는 문바위. 가섭사 입구에 있다고 해 문바위라 부른다. 깔끔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문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금원산 유안청계곡은 깔끔한 바위와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유안청폭포, 자운폭포 같은 크고 작은 폭포들이 계곡미를 더해준다.
▶금원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유안청계곡과 문바위가 있는 지재미골을 임도와 연결해 걷는 길은 여름철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코스 : 금원산자연휴양림주차장-휴양림관리사무소-자운폭포-유안청폭포-임도사거리-임도-지재미골 하산로-지재미골-문바위-금원산자연휴양림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7㎞,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금원산자연휴양림 주차장(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산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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