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 ‘타인능해(他人能解)’ 정신을 계승, 어려운 이들에 나눔을 펼치고 있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타인능해는 ‘누구나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조선 영조 때 무관 류이주 선생이 고택 운조루(雲鳥樓)를 세운 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퍼가도록 뒤주에 이 글을 적어놓은 데서 유래했다.

21일 구례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월 구례읍에 ‘신(新) 타인능해 희망나눔가게’가 개설됐고, 구례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운영을 맡고 있다.

희망나눔가게는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으로, 앞서 같은 해 4월엔 산동면에 나누고 가게가 문을 열었다.

희망나눔가게는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 운영되며, 구례군민이라면 누구나 나눔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식품류(쌀, 라면, 햇반 등)·생활용품(화장지, 세제, 물티슈 등) 등 물품 기부는 물론, 자원봉사 활동도 가능하다.

기부받은 물품들은 구례읍 등 7개 읍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긴급복지대상자나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1천503가구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물품은 가격 대신 0-10점까지의 점수로 분류돼 이용 대상자들은 월 1회에 10점 한도 내에서 물품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

이용이 많은 품목은 액체세제(10점), 화장지(6점), 라면(4점), 햇반(1점) 등이다.

임재신(65) 구례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은 “희망나눔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라며 “그 중에서도 일손이 필요하다면 한걸음에 달려와 주는 자원봉사자들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여름 직접 전화를 해 물품을 기부해 준 어르신이 많이 생각난다”며 “팔십이 넘은 그 분은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등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도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며 50만원이라는 큰 돈을 기부하셨다. 진정한 타인능해 정신의 실현이라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구례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향후 희망나눔가게가 구례복지 실천의 장이 되도록 원거리 지역 대상자들의 이용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희망나눔가게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산과 분지 지형으로 인한 원거리 지역의 대상자들의 이용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각 면 소재지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중심이 돼 더 가까이 다가가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나눔가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례=임종길 기자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