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11)
멀리 저무는 강에서 풍랑은 자주 일어나고
2023. 07. 25(화) 20:26 가+가-
龍山(용산) - 백곡 김득신
古木寒炯裏 秋山白雨邊(고목한형리 추산백우변)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모강풍랑기 어자급회선)
고목은 차가운 불 빛 속에 서있고
가을산은 소나기 저 끝 편에 있는데
어부가 풍랑이 일어 배를 급히 돌리네.

용산역 부근까지 바닷물이 올라와 선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연근해 어선들이 고기를 잡아 이곳까지 올라와 가격을 흥정하며 생선을 팔았음을 추론해 본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그런 시절에 생겨서 지금까지 수산물의 거래 흔적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부들의 노랫소리며 대폿집에서 흥청거리는 잔칫집을 방불케 했으리라. 고목은 찬 불빛 속에 우두커니 서 있고, 가을산은 소나기 저 끝에 서 있다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멀리 저무는 강에서 풍랑은 자주 일어나고(龍山)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백곡(柏谷) 김득신(金得臣:1604-1684)으로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다른 호는 구석산인(龜石山人)으로 알려지며, 진주목사 김시민의 손자이며, 김치의 아들로 모친은 목첨의 따님으로 알려진다. 1662년(현종 3)에 증광문과에 급제했고, 가선대부에 올라 안풍군을 습봉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목은 찬 불빛 속에 우두커니 서 있고 / 가을산은 소나기 저 끝에 서 있구나 // 멀리 저무는 강에서는 풍랑은 자주 일어나고 / 배를 타고 오던 어부가 (용산 부근에서) 급하게 배를 돌리고 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용산의 물가에서 / 소나기 풍랑 속에’로 번역된다. 요즈음은 영등포, 마포, 노량진, 용산 등의 한강물이 제방과 간척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지만, 과거엔 작은 배는 물론 연락선도 드나들었다. 인천 제물포 등에서 밀려오는 조수로 말미암아 들어온 바닷물이다. 지금 그런 시절과 모습을 볼 수 없는 격세지감이다.

시인은 용산포구에서 바라보는 선경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상황에 조화롭게 색칠하는 시적 구성은 마냥 풍성해 보인다. 나이 든 고목은 찬 불빛 속에 우두커니 서 있고, 가을 산의 소나기는 저 끝에 멍하니 서 있다 했다. 배가 드나드는 포구 언덕을 독차지하고 있는 자연의 전경이다.

화자는 바다의 너울은 저녁 무렵이면 변함없이 일어 파도를 일으키게 했고, 돛단배의 풍류를 운전해 주었다. 멀리 저무는 강에서는 풍랑은 자주 일어나고, 배를 타고 오던 어부가 용산 부근에서 급하게 배를 돌렸다고 했다. 바람을 타고 하류로 내러오던 돛단배를 상류로 급하게 끌어올리기 위한 어부가 키를 급하게 돌리는 상황을 연출해 보인다. 한강 유람선이나 돛단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古木: 고목. 寒炯: 어부네 가난한 집 등창에서 빤히 빛나는 불빛을 상상할 일. 裏: 속에. 秋山: 가을 산. 白雨: 소나기. 邊: 저쪽 가. // 暮江: 저무는 강. 風浪起: 풍랑이 일다. 풍랑이 불다. 漁子: 어부, [子]는 의미 없이 쓰임. 急: 급하다. 급하게. 回船: 배를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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