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
2023. 07. 20(목) 19:54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 모래에 한 손을 묻고 손등 위의 모래를 토닥토닥 두드린 뒤 손을 조심해서 빼내 집을 완성하는 놀이와 함께 부르던 전래 동요의 노래처럼 내 집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광주에서 아파트가 늘고 있다. 10년간 공급될 아파트 물량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1만2천754세대, 재개발·재건축 3만6천562세대, 신규 택지개발 2만9천343세대 등 총 14만세대에 이른다. 최대 규모로 꼽히는 광천동 재개발에는 목표대로면 2028년까지 5천611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국가사업으로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군공항 부지에도 미니 신도시급 개발이 불가피하다.

주택보급률은 2021년 기준 104.5%로 전국 평균(102%)보다 2.5%가 높으며, 2024년 110.9%, 2030년에는 119.8%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주택보급률과 아파트 비중이 단연 압도적이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맞물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가 광산구 산정동, 장수동 일원에 2030년까지 1만3천세대 공공주택 지구를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례적이다. “앞으로 후속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기정 시장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주택보급률,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한 판단에서다.

최근 지방에서 근무하는 연봉 6천만원 중반대 30대 미혼의 직장인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6억원 짜리 부동산을 샀다가 완전 폭망했다고 올려 화제가 됐다.

2021년 대구에 4억원 갭(전세) 끼고 조금 모은 돈(3천만원)과 마이너스 통장(1억3천만원), 부모님 집 담보 대출(5천만원) 받아서 부동산을 구입했으나 이듬해 전세는 2억8천만원, 매매는 4억2천만원으로 폭락했다는 것이다. 집을 팔아도 대출도 다 갚지 못하는 마당에 당장 두 달 뒤면 세입자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2030세대들은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한 아파트 입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값이 하향 국면이지만 믿을 건 부동산이란 인식은 더 확고해지고 있다.

광주지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도 만만찮다. 1년 사이 18.4% 급등했다. 1년 전 평(3.3㎡)당 1천536만원에서 1천817만원으로 뛰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과 제주, 부산, 경기에 이어 5번째다. 2018년 10월 1천만원을 돌파했으며, 2천만원대를 앞두고 있다. 이미 3천만원을 넘겨 역대 최고를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정책 목표로 분양권 전매 제한 및 금융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실상은 또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빚조차 낼 수 없는 무주택 서민, 이미 빚에 짓눌린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나아가선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넉달 연속 증가세를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대출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1천62조 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가계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주기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지만 지난 5년 간 부동산이 가파르게 올랐다. 거품이 잔뜩 끼었다. 2021년 저금리 기조가 무너지면서 조정됐다고 하나 2배 정도 폭등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지금도 투기 행위가 여전하다는 반증으로, 장기간 하향 안정이 지속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의 자율에만 맡긴다면 가능하다. 적기 매수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은 가능할까.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거주 지역의 주택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45.9%가 ‘하락’이라고 답했다. 반면 ‘상승’은 31.9%, ‘보합’은 22.2%였다. 하락 이유는 경기침체 지속, 현재 가격 및 금리가 높다는 인식, 전셋값 약세로 인한 매매 매물 출시, 신규 입주 물량 증가 등을 들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 모래집에서 손을 빼기 직전 무너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무너지지 않으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많은 집을 지었다.

새 집을 줄 두껍이는 누굴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저기 아파트는 넘치는데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국민 10명 중 4명이다. 이들의 집 없는 설움은 언제 가실까. 미친 집값은 더 내려와야 한다. 안락한 내 집 장만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많이 본 뉴스
  1. 1
    전남광주-울산시 ‘초광역 상생’…미래산업 함께 키운다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도시인 전남광주와 울산이 미래 동반성장과 대학 간 인공지능 대전환(AX)을 위한 초광…

    #정치
  2. 2
    전남대, 메가 프로젝트 핵심인재 2만3천명 양성한다

    전남대학교가 교육부, 지자체, 대기업 및 지역 혁신기관과 손잡고 896조원 규모의 호남 메가 프로젝트를 견인…

    #정치
  3. 3
    특별시 약칭 ‘광주→전남광주’ 바뀌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법정 약칭인 ‘광주특별시’를 ‘전남광주특별시’로 변경하는 방안이 통합특별법 전면 개정 과…

    #정치
  4. 4
    현대차·기아, 美시장서 RV 1천500만대 판매 돌파

    현대차와 기아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지 22년만에 레저용차량(RV) 누적 판매 1천…

    #경제
  5. 5
    “호남권 반도체, 속도전보다 세심한 실행계획 중요”

    광주매일신문 10기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오전 본사 TV 스튜디오에서 ‘2026년 제3차 독자권익위원회’를…

    #특집·시리즈
  6. 6
    전남광주 농지 절반 이상 ‘심층조사’…투기·관행 가린다

    정부가 농지 투기를 막고 실제 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전남광주에서도 전…

    #정치
  7. 7
    “삭발·천막농성에도 무응답…이젠 몸으로 말할 것”

    광주권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센터 간 지원 격차 해소와 안정적인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며 릴레이 ‘다이인…

    #사회
  8. 8
    “조세 행정 발전 든든한 가교 역할 최선 다할 것”

    “광주지방세무사회가 지역사회에서 조세행정 발전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더욱 신뢰받고 혁신적인 전문직…

    #사람들
  9. 9
    전남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 5년 연속 전국 최하위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수조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고 있지만, 수혜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

    #정치
  10. 10
    금메달 목에 건 KIA 김도영…다음은 생애 첫 홈런왕

    [광주매일신문= 주홍철 기자] ‘슈퍼스타’ 김도영이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

    #KIA 타이거즈

기사 목록

광주매일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