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릴수록 적자지만, 어르신들 웃음에 힘이 납니다.”

22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서구 풍암동 ‘천원국시’. 지역민의 복지 향상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광주 서구청과 서구시니어클럽이 ‘양동 천원국시’에 이어 지난달 24일 2호점으로 문을 연 이곳은 개점 한 달을 앞둔 이 날에도 ‘인기 만점’이었다.

손님들이 “오늘도 왔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번호표를 뽑자 주방에선 조리가 시작됐다. 한 분이 펄펄 끓는 솥에서 잘 익은 면을 꺼내자, 다른 한 분이 소쿠리에 옮겨 담고 찬물에 행궈 전분기를 뺐다.

씻어진 면은 그릇으로 옮겨졌고 그 위에 육수와 단무지, 김가루, 파 등의 고명이 올라가면서 국수 1인분이 완성됐다.

번호가 호명되자 손님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받아갔고, 뒷 순서의 손님들도 음식이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더워 음식을 식혀 먹을 법도 했지만, 일부 손님들은 국물부터 벌컥벌컥 들이키며 ‘시원(?)하다’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운 손님들은 입구 쪽의 ‘희망나눔 냉장고’로 향했다.

이곳의 ‘명물’인 냉장고 안은 차가웠지만 온기가 가득했다.

라면과 김 등의 기성품 외에도 주민들이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1인분 단위로 소분돼있고 애호박, 참외, 방울토마토 등이 들어 있어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후식으로 과일을 먹거나 필요한 것들을 챙겨갔다.

이같은 온정이 천원국시를 가능하게 한 힘이다.

국수 한 그릇은 60세 이상, 20세 미만, 취약계층에겐 1천원에, 나머지 손님들에겐 3천원에 판매된다.

그러나 공과금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국수를 만드는 데 드는 원재료 값만 1천700원이 넘는다.

때문에 국수를 팔면 팔수록,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적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냉장고를 채워주는 시민들의 온정처럼 가게에 인적·물적 도움이 이어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지영 광주 서구시니어클럽 실장은 “1·2호점 개소와 운영 모두 주변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많이 팔수록 적자가 커지지만 지역사회의 후원과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환한 웃음을 보면 힘이 난다”고 미소 지었다.

서구 관계자는 “개점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준비한 100인분의 재료가 모두 소진됐을 정도로 풍암동 천원국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양동과 풍암동의 천원국시 가게가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한편 풍암동 천원국시의 식사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지만, 희망나눔 냉장고는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안재영 기자